

복지부 아름다운 가슴 논란. 국가건강정보포탈 캡처
복지부 “해당 문서 삭제…전면 재검토”
보건복지부가 국민들에게 검증된 건강·의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운영하는 국가건강정보 포털이 ‘아름다운 가슴이란’의 공식문서를 통해 여성 신체의 일부인 가슴을 미적·성적으로만 부각시켜 논란이 되고 있다.
국가건강정보 포털이 보건복지부와 대한의학회, 대한성형외과학회의 작성 및 감수를 거쳐 제시한 ‘아름다운 가슴’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아기에게는 생명의 정수를 물려주는 곳, 남편에게는 애정을 나누어 주는 곳, 여성 본인에게는 자신의 미적 가치를 표현하는 곳입니다. 가슴은 제2의 성기라고 할 만큼 여성에게는 여성으로서의 의미의 자존심이 표현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가슴’의 모양은 그림과 함께 수치까지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현대인의 기준에서 볼 때 아름다운 가슴은 적당히 풍만하고 탄력이 있어야 하며 원추형이어야 한다. ‘한쪽에 250㏄ 정도의 크기, 쇄골의 중심과 유두 간의 거리는 18~20㎝, 양쪽 유두 사이의 거리는 18~22㎝, 유륜의 직경은 4㎝를 넘지 않아야 하며 색깔은 연한 적색이 보기 좋다.”
2010년 작성돼 2013년 최종 업데이트 됐고, 2016년 8월4일 오전까지 공개된 이 문서는 각종 온라인커뮤니티와 게시판을 통해 논란의 대상이 됐다. 네티즌들은 보건복지부가 공식 문서를 통해 신체 아름다움의 표준을 정한다는 것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렇게 가슴의 모양에 ‘이상적인 것=아름다운 것’이 있다고 상정해버리니 유방암 환자들이 더욱 큰 상실감을 느끼는 사회가 되는 건 너무 당연하네요.”(트위터 아이디, lenvisible***), “보건복지부가 알려주는 아름다운 페니스의 길이, 지름, 경도, 색깔 아주 기대합니다.”(뮤*)
논란이 확산될 기미가 보이자 복지부는 해당 문서를 삭제한 상태다. 하지만 이것 외에도 국가건강정보포털은 곳곳에 부적절한 편집이 눈에 띄었다. 건강/질병 검색은 여성/남성으로 나뉘어 있는데 여성에는 피임과 불임에 관한 설명이 있지만 남성에는 관련 내용이 없었다. 피임과 불임이 여성에만 해당되는 건강/질병 문제가 아님에도 부적절한 편집으로 논란의 소지가 다분해보인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복지부 담당자는 “문제가 된 문서는 삭제조치했고, 피임·불임 관련해서도 제보를 받은 상태다. 1300여종의 정보에 대해 전반적인 재검토를 할 계획이다. 부적절한 내용이 또 있는지 확인해서 삭제 혹은 수정을 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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