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승언의 삐-급 문화 쪼개기] 인천상륙작전·명량·국제시장…‘국뽕’ 비판 받는 이유

[방승언의 삐-급 문화 쪼개기] 인천상륙작전·명량·국제시장…‘국뽕’ 비판 받는 이유

방승언 기자
입력 2016-08-02 15:14
수정 2017-04-1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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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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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을 다룬 블록버스터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혹평이 거세다. 영화 속 국군의 희생과 북한군의 악랄함에 대한 표현이 지나치게 상투적이어서 상업영화가 아닌 반공선전물에 가깝다는 지적이 많다.

여기에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또다른 논란을 지피고 있다. 국내 정치권에서 ‘보수의 아이콘’을 자처하고 나선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최근 이 영화를 본 뒤 페이스북에 감상평을 올리면서 “노무현 정권 이후 우리 영화계 일부가 좌편향 성향이 짙어진 지 오래”라면서 영화에 이념색을 덧칠했고, ‘안보정당’을 강조하고 있는 새누리당 지도부 역시 지난 1일 이 영화를 단체관람하며 영화 홍보에 나섰다. 이때문에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자연스럽게 ‘국뽕 영화’라는 비난의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국뽕’이란 ‘애국심’과 마약을 의미하는 은어 ‘뽕’을 합쳐 만든 신조어로 애국심에 지나치게 도취되거나 애국심을 무분별하게 강요하는 행태를 비꼬는 의미로 사용된다. 인천상륙작전을 비롯해 그간 ‘국뽕 논란’의 중심에 섰던 영화들을 살펴봤다.

1. 디 워(D-War)
사진=쇼박스
사진=쇼박스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 워’는 이무기와 용이라는 동양적 소재, 해외 배우의 대거 기용 등으로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개봉 후에는 대다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시나리오와 연출로 숱한 비판을 받았다.

영화 자체의 수준만큼이나 논란의 도마에 오른 것은 디 워 관계자들이 선택한 ‘애국 마케팅’ 전략이다. 심형래 감독은 디 워가 ‘우리 기술’로 완성된 영화라는 사실을 전면에 내세워 대중에 호소하는가 하면, 엔딩 크레딧 배경음악으로 영화 내용과 전혀 관계가 없는 ‘아리랑’을 삽입하는 등 관객의 애국심을 자극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빈축을 샀다.

2. 명량
사진=CJ E&M
사진=CJ E&M
성웅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다룬 영화 ‘명량’은 총 관객 수 1700만 명 이상을 기록하며 역대 국내 상영영화 중 흥행 1위의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작품성에 있어서도 ‘역대 1위’의 아성이 어울리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명량해전은 이순신 장군의 전략적 기지가 돋보였던 전투다. 그러나 영화는 장군의 승리 비결을 개연성 있게 그려내는 대신 조국을 위해 희생하는 백성의 분투와 이에 대응하는 이순신의 지도자적 면모만을 강조, ‘애국 코드’만 남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3. 국제시장
사진=CJ E&M
사진=CJ E&M
국제시장은 역경의 60~70년대를 견뎌낸 오늘날 장년들의 고초와 성공을 한 가족의 시선에서 그려낸 가족영화다. 그러나 이 작품은 정치적 격동기를 다루면서도 민주화 과정 등 당시의 민감한 정치적 사안을 전혀 묘사하지 않아 ‘역사의식이 결여된 애국심 조장용 영화’라는 비난의 표적이 됐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해당 작품과 관련해 “(영화에서처럼) 국민들이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를 사랑할 때 나라가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하면서 비판적 시각은 심화됐다.

그러나 영화를 연출한 윤제균 감독은 JTBC와 한 인터뷰에서 이러한 평가에 대해 “(국제시장은) 세대 간 소통을 위한 영화”라며 “현대사에 대한 정치, 사회적 인식을 바탕으로 시작한 작품이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민주화 운동이 등장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무리하게 다루다가 겉핥기식 표현이 되길 바라지 않아 아예 배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4. 인천상륙작전
사진=CJ E&M
사진=CJ E&M
흔한 인식과 달리 애국적 소재를 포함하는 모든 영화가 평단으로부터 인색한 점수를 받는 것은 아니다. 단적인 예로 인천상륙작전과 동일하게 한국전쟁을 그린 영화 ‘고지전’은 많은 평론가들로부터 중간 이상의 평가를 받았다.

이런 측면에서 인천상륙작전에 새겨진 ‘국뽕’이라는 낙인은 소재 때문이 아니라 애국심에 지나치게 의존한 연출 경향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관객의 눈물샘 자극에만 천착하는 작품들이 ‘신파’라는 꼬리표를 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의 맥락이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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