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말빛 발견] 하늘과 물과 문과 무지개/이경우 어문팀장

[말빛 발견] 하늘과 물과 문과 무지개/이경우 어문팀장

이경우 기자
입력 2016-07-27 22:42
업데이트 2016-07-28 00:2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무지개’에 우리는 꿈과 이상과 바람을 담았다. 그래서 무지개는 좋은 징조를 상징하는 말이 됐다. 땅으로 내려온 무지개는 도처에서 새 희망의 이름으로 나타났다. ‘무지개’ 학교, 유치원, 아파트, 병원, 농장, 식당…. 꿈을 심고 이루어 준다는 의미를 새겨 넣은 곳들이다. 이름만으로도 희망을 주는 듯해서 마음이 밝아진다.

이런 상징적 의미에 더해 ‘무지개’에는 소리가 주는 편함이 있다. 세 음절 모두 모음으로 끝난다. 이 소리들이 주는 느낌이다. 모든 모음이 그렇듯 목구멍, 혀, 입술 같은 발음기관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마무리를 한다. 무겁거나(ㅜ), 그저 그렇거나(ㅣ), 밝거나(ㅐ) 하며 담담한 울림을 전한다.

‘무지개’에는 ‘물’이 있다. ‘무지개’에서 ‘무’의 형태가 본래 ‘물’이었다. ‘물’이 뒤에 오는 ‘지개’와 합쳐지며 리을이 떨어졌다. 더 편하게 말하기 위해 우리는 ‘ㄹ’을 버렸다. 무자리, 무자맥질, 무자위, 무좀 같은 말들에서처럼. 물은 맛을 내지 않고 담백하게 갈증을 풀어 준다. ‘무지개’ 자체가 가지고 있는 말의 구성도 의미와 소리에 힘을 보탠다.

‘지개’는 본디 형태가 ‘지게’다. 등에 지고 짐을 얹는 ‘지게’가 아니라 ‘문’을 가리키는 ‘지게’였다.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홍명희의 ‘임꺽정’에 나오는 ‘지게문’은 ‘지게’의 의미가 너무 약해져서 기둥처럼 ‘문’을 덧붙인 형태다. 그러고 보면 무지개는 하늘을 여는 문, 이상을 실현하는 문이다.

이경우 어문팀장 wlee@seoul.co.kr
2016-07-28 25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