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지막 금싸라기 땅’ 저금리·기업 입주 기대에 투자 활기
“이상하죠. 정상적인 상황은 분명 아니죠. 월세가 계속 내려가는데 오피스텔에 투자하겠다는 사람은 늘어나고 있으니…금리가 워낙에 싸니까 들어오려는 것 같아요.”(서울 강서구 마곡동 A부동산) 서울에 남은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지목되는 서울 마곡지구는 최근 오피스텔 공급 과잉으로 전·월세 가격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15일 마곡지구에서 부동산을 하고 있는 김모씨는 “지난해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5만~60만원 정도에 월세계약을 했는데, 요즘에는 (주인이) 급하면 월세 40만원에도 계약을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오피스텔 전세도 지난해보다 500만~1000만원 정도는 떨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들 입주는 2년 이상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오피스텔이 먼저 들어서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최근 분양한 오피스텔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저금리로 오피스텔에 투자금이 쏠리며 일부 오피스텔은 분양가보다 가격이 오르고 있다.
다른 공인중개사 안모씨는 “이것저것 합치면 오피스텔 투자액이 1억 4000만원은 될 것인데 월세가 40만원대로 형성돼 수익률이 3%대 중반 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재산세랑 관리에 필요한 이런저런 비용을 빼면 사실 수익형 상품으로서 매력은 떨어지는 편”이라고 털어놨다.
그나마 오피스텔 수가 적은 9호선 마곡나루역 주변은 나은 편이다. 9호선 양천향교역에서 5호선 발산역으로 이어지는 강서로 1.3㎞에는 20여개가 넘는 오피스텔이 줄지어 있다. 공급과잉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인근 부동산들은 “서울에서 몇 안 되는 집주인이 아닌 세입자가 ‘갑’인 지역”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근에는 마곡지구 일대 오피스텔 임대료가 다른 곳보다 20만~30만원 정도 싸게 형성되면서 일부러 마곡에 집을 구하는 젊은 직장인도 생겨나고 있다.
●기업 입주 완료 땐 유동인구 40만명
상가도 상황은 비슷하다. 부동산 관계자는 “아직 상권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장사를 하려는 사람이 많지는 않은데, 상가 분양가가 좀 높았다”면서 “오피스텔과 마찬가지로 기업들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월세가 떨어지는 가운데 입주 물량이 계속 쏟아지고 있다. 이달부터 연말까지 입주하는 마곡지구 오피스텔은 8110실에 이른다. 내년에도 오피스텔 입주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오피스텔과 상가 수익률은 하락하고 있지만 매매시장은 또 다르게 돌아고 있다.
올해 초 프리미엄이 거의 없던 오피스텔들에 수백만원씩 웃돈이 붙고 있다. 수익형 부동산이 수익률이 떨어지는데도 가격이 오르는 이상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처음 분양을 받았던 사람들 중 일부가 입주 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 손해를 보고 파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요즘은 물건 자체를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오피스텔 주인들 사이에 일단 버티고 보자는 심리가 퍼지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마곡지구의 배꼽으로 불리는 9호선 마곡나루역에 인접한 A오피스텔은 최근 분양 때보다 웃돈이 최대 1000만원가량 붙었다. 이런 현상은 송파구 문정동 일대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문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오피스텔 입주가 늘면서 월세는 조정을 받고 있는데도 나오는 물건이 없다”고 전했다. 마곡 오피스텔에 투자하고 있다는 김모(41)씨는 “어차피 2년 뒤면 1~2인 가구 수요가 넘쳐날 곳”이라면서 “상황을 봐서 추가로 오피스텔을 더 매입할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수익률이 떨어지는 수익형 상품에 웃돈이 붙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차근차근 진행되는 마곡지구 개발을 보고 유입되는 투자자가 계속 늘고 있어서다. 강서구 마곡동 일대에 3.66㎢ 규모로 조성되는 마곡지구에는 LG전자 연구센터와 롯데·코오롱 등 대기업이 입주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는 마곡지구에 제2의 코엑스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발표한 바 있다. 기업들의 입주가 완료되면 16만 5000여명이 상주하며 근무하고, 유동인구는 4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연구개발(R&D) 단지의 집적화를 통해 서울의 새 경제성장 동력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오피스텔이나 상가가 수익형 상품이긴 하지만 마곡 등 개발지역은 자산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많아, 이를 보고 들어오는 투자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마곡지구의 오피스텔 공급 규제에 나서면서 ‘희소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1%대 금리에 수익 상품 수요 늘어
또 하나는 1%대 저금리 상황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마곡지구 분양홍보관을 찾은 고모(58)씨는 “월세도 싸졌지만, 투자에 필요한 자금의 대출 금리도 싸졌다”면서 “그래도 은행이자보다는 월세 수입이 낫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은 “1%대 금리가 계속되면서 수익형 상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오피스텔은 상가 등에 비해 투자비용이 적게 들고 실패의 가능성도 낮다고 판단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라면서 “3~4%대 수익률이 낮다고 하지만 금리도 비슷하게 낮아졌기 때문에 (수익률 하락을) 일부 상쇄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무리하게 대출받은 임대사업은 위험
하지만 저금리 기조가 언제까지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리한 투자를 할 경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방화역 인근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대출을 이용해 몇 채씩 오피스텔을 사는 사람도 있다”면서 “어떻게 보면 재테크를 잘한다고 볼 수 있겠지만, 때로는 너무 위험해 보이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함 센터장은 “세계적인 저금리 상황이지만,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도 따라갈 수 밖에 없다”면서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임대사업을 한 이들에게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결국 마곡지구 오피스텔도 입지가 승부를 가를 것이다. 업무지구와 가깝고 공원, 편의시설,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이 따로 움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마곡지구 등 일부 지역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 동탄1신도시의 오피스텔은 수요가 분산되면서 임대료와 매매가격이 함께 떨어지고 있다.
글 사진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2016-07-18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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