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 연합뉴스
8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지난 7일 저녁 서울 종로의 한 식당에서 경향신문 정책사회부장, 교육부 출입기자와 저녁을 함께하는 자리에서 나 기획관이 ‘신분제’ 얘기를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자리에는 교육부 대변인, 대외협력실 과장이 동석했다.
나 기획관은 행정고시 36회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 비서관,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했고 교육부 대학지원과장, 교직발전기획과장, 지방교육자치과장을 거쳐 지난 3월 정책기획관으로 승진했다.나 기획관은 이 자리에서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영화 ‘내부자들’의 대사를 언급,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자들이 재차 물었음에도 “개·돼지로 보고 먹고살게만 해주면 된다”며 ‘민중’을 국민의 99%로 지칭하기도 했다.
또한 “신분이 정해져 있으면 좋겠다”며 “미국을 보면 흑인이나 히스패닉, 이런 애들은 정치니 뭐니 이런 높은 데 올라가려고 하지도 않는다. 대신 상·하원… 위에 있는 사람들이 걔들까지 먹고살 수 있게 해주면 되는 거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자리에서는 ‘99%’에 대한 예로 ‘비정규직’이 언급되며 지난 5월 28일 지하철 2호선 구의역의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사망한 김모(19)군의 이야기도 나왔다. 참석자가 “기획관은 구의역에서 컵라면도 못 먹고 죽은 아이가 가슴 아프지도 않은가. 사회가 안 변하면 내 자식도 그렇게 될 수 있는 거다. 그게 내 자식이라고 생각해 봐라.”고 말하자 나 기획관은 “그게 어떻게 내 자식처럼 생각되나”라고 반문했다.
이후 경향신문 기자들은 휴대폰 녹음기능을 틀어놓고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으며 해당 발언에 대해 해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에 나 기획관은 “공무원으로서가 아니라 개인적인 생각을 편하게 얘기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상하 간의 격차는 어쩔 수 없고... 상과 하 간의 격차가 어느 정도 존재하는 사회가 어찌 보면 합리적인 사회가 아니냐 그렇게 얘기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후 나 기획관은 8일 저녁 대변인과 함께 경향신문 편집국을 찾아와 “과음과 과로가 겹쳐 본의 아니게 표현이 거칠게 나간 것 같다. 실언을 했고,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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