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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으로 여는 아침] 법 안의 자유가 공화다

[고전으로 여는 아침] 법 안의 자유가 공화다

입력 2016-07-05 20:44
업데이트 2016-07-05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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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BC 106~43)는 로마 최고의 문장가이면서 걸출한 웅변가이자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넘어가던 격동의 시기에 결연하게 공화정을 수호하려 애쓰던 정치가였다. 그가 추구한 공화정의 가치는 ‘국가론’에 잘 드러나 있다.

그는 늘 자신의 유익보다 조국의 유익을 우선시하는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정신이 투철했다. “조국은 우리의 정신, 재능, 예지 중에서 가장 많고 큰 부분을 조국 자체의 유익을 위해서 담보로 잡고 나서 나머지가 있을 경우에 우리에게 사적인 용도로 되돌려 주도록 한 것이다.”

또 국가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법에 대한 동의와 유익의 공유’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는 공화(共和)의 가치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키케로는 아테네식 민주정보다 집정관과 원로원, 민회가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고 있는 로마의 공화정이 ‘체제, 질서, 규율의 면에서’ 최상의 국가 양식이라고 주장했다. 키케로는 집정관에게 권한을, 원로원에는 권위를, 인민에게는 충분한 자유를 보장하는 체제로서의 공화정이 국가를 지속하게 한 것으로 보았다. 인민의 자유만 주장하면 공화정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얘기다.

키케로는 공화정을 위협하는 대중의 법 경시 풍조를 경계했다. “어떻게 대중이 주인 노릇하는 상태 속에 국가라는 이름이 생기는지 나는 알지 못하오. … 법에 대한 합의로 억제되지 않는 자들은 인민이 아니기 때문이오. 오히려 인민이 한 명의 사람처럼 모일 때는 참주나 다름없는데, 이 경우가 더욱 무서운 법이지요. 왜냐하면 인민의 모습과 이름을 흉내 낸 것보다 더 잔인한 짐승은 없기 때문이오.”

키케로는 법을 무시하는 대중들의 선동을 경계했다. “만약 사실상 인민이 가장 힘이 있고 인민의 자의에 따라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자유라고 불리지만 사실은 방종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두려워하고, 인간이 인간을, 신분이 신분을 두려워할 때 어느 누구도 자기에게 자신감을 갖지 않으므로 인민과 유력자들 사이에 일종의 계약이 생깁니다.” 사람들은 대중의 방종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에 의탁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도 ‘사실은 방종’인 이런 대중의 자유가 넘치지 않는가. 선동가들은 보편적인 법을 무시하고 특정한 집단의 이해와 이익을 충족시키기 위해 대중의 힘을 이용해 새로운 법을 남발하기 일쑤다. 이런 입법은 또 다른 다수 집단의 재산의 손실과 자유의 억압을 불러온다. 20대 국회에서는 이런 특별법을 남발하지 않기를 바란다. 키케로가 이해했던 정의는 진실하고 영원하며 보편적인 법 안에 내재한다.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kipeceo@gmail.com
2016-07-06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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