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조성 위한 꼼수였나
대우조선해양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대우조선해양건설과 남상태(66) 전 대우조선 사장의 최측근인 건축가 이창하(60)씨 등이 함께 추진하다 실패한 필리핀 카지노 사업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 무리한 사업 시행으로 이씨 측에 수익을 몰아주려다 되레 대우조선해양건설이 100억원의 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대우조선해양건설은 남양주 장묘 사업을 추진한다는 명목으로 2007년 5월 이창하홈과 사업 약정을 맺고 시행사로 ‘천삼현’을 선정했다. 하지만 천삼현은 요식업과 서비스업 등을 벌이는 회사로 장묘 사업 시행이 불가능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한 달 뒤에는 이창하홈과 천삼현 대표인 최문성씨가 각각 지분 50%를 투자해 설립한 ‘북한강 경안’으로 시행사를 변경했다. 이후 남양주 장묘 사업은 흐지부지됐다.
하지만 그해 10월 작성된 대우조선해양건설의 ‘호텔 및 카지노 등 부대시설의 사업성 검토 보고서’에서는 카지노 사업의 추진 주체로 북한강 경안이 명시됐다. 당초 장묘 사업의 파트너였던 이씨가 실제로는 카지노 사업에 참여하게 된 셈이다.
북한강 경안과 필리핀 카지노 운영 공기업인 파코가 카지노 운영의 세부적인 내용을 주고받는 공문도 발견됐다. 2007년 8월 23일 파코 측은 북한강 경안에 “이사회에서 카지노 운영 제안서를 승인했다”는 메일을 보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이 파코 회장을 국내로 초대해 카지노 사업을 논의한 지 보름 만이었다.
그러나 필리핀 카지노 사업은 시행 단계에서 좌절됐고,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사업 무산에 따른 연대보증 손실금 95억여원을 은행 등에 갚아야 했다.
2014년 국정감사에서 문제를 제기했던 강기정 의원실 관계자는 “대우조선뿐 아니라 필리핀 현지에서도 ‘카지노 사업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제보가 쏟아졌다”면서 “경영진의 배임 가능성이 높은 사안”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당시 투자 실패로 손실을 입은 것은 맞지만 카지노 사업을 추진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한편 남 전 사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된 이씨의 역할에 좀 더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우조선은 2007년 당산동 사옥 매입 때도 이창하홈을 시행사에 포함시키고 용처가 불분명한 ‘자체 공사비’로 82억여원을 지급했다. 2010년 오만 선상호텔 사업에서도 이씨가 운영하는 디에스온과 수의계약을 맺는 등 일감을 몰아줬다. 특수단은 조만간 이씨를 소환해 각종 특혜 및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2016-06-2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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