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순서인 최익환 감독의 ‘우리에겐 떡볶이를 먹을 권리가 있다’는 세 편 중 가장 경쾌한 이야기다. 청소년 인권을 주제로 학교에서의 규율들이 과연 학생들을 위한 것인지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평소 교문 앞 분식집에서 떡볶이 군것질을 즐겼으나 일과 중에는 쉬는 시간이라도 절대 교문 밖에 나가지 못한다는 학교의 새 방침 때문에 실의에 빠진 여고생을 좀비처럼 묘사하는 장면이 흥미롭다.
올해 ‘동주’의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을 해 주목받았던 신연식 감독이나 출연 배우인 김동완, 오광록 등의 이름값만 놓고 보면 두 번째 순서인 ‘과대망상자(들)’이 가장 눈길을 끌지만 내용은 외려 난해하다. 연극적인 연출도 이러한 느낌을 부채질한다. 각종 사건 사고 소식이 쏟아지는 미디어를 통해 피해망상, 과대망상에 사로잡힌 주인공을 보여주며 실제 여러 위험에 노출된 채 현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개인의 불안감을 그린다. 이전까지 프로젝트가 대개 성, 외모, 이주, 장애 등 각론의 인권을 다뤘다면 ‘과대망상자(들)’은 사회라는 큰 틀을 다루고 있어 인권 영화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도 나온다.
마지막 순서인 이광국 감독의 ‘소주와 아이스크림’은 청년 보험설계사의 기이한 체험을 다루고 있다. 처음에 5포 세대의 아픔을 다루는 것 같던 작품은 독거노인의 고독사로 대표되는 현대 사회의 가족 해체와 소외 문제로 시선을 옮겨 간다.
보통은 해마다 한 편씩 영화 관객들을 찾아가던 인권 영화 프로젝트는 스포츠 인권, 청소년 교육 문제를 다룬 정지우 감독의 ‘4등’이 지난 4월 지각 개봉하며 올해에는 12번째, 13번째 프로젝트가 거푸 개봉하게 됐다. 그런데 올해에는 관련 예산이 배정되지 않아 잠시 중단될 상황이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