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성 정액서 지카바이러스 첫 검출… 소두증 아기 출산할 가능성은?

한국 남성 정액서 지카바이러스 첫 검출… 소두증 아기 출산할 가능성은?

임효진 기자
입력 2016-06-03 09:25
수정 2016-06-0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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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카바이러스 조심하세요”
“지카바이러스 조심하세요” 브라질을 방문했다가 귀국한 40대 남성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카 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은 가운데, 22일 인천시 중구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입구에 지카 바이러스 주의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김명국 전문기자 daunso@seoul.co.kr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한국인 남성 환자의 정액에서 살아있는 지카 바이러스가 처음으로 분리, 검출됐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성접촉에 의한 감염 우려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3일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팀은 국내 지카 바이러스 감염환자 중 1명의 정액을 채취해 유전자 검사(RT-PCR)와 바이러스 배양검사를 통해 살아있는 지카바이러스를 분리해냈다고 밝혔다.

오 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논문을 대한의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JKMS) 7월호 온라인판에 공식 발표했다.

논문을 보면 이 환자는 올해 초 해외에 체류하던 중 모기에 물려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이 환자는 귀국한 지 5일 뒤부터 지카 바이러스 증상 중 하나인 ‘발열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약 3일 동안 몸 상태가 더욱 악화하면서 근육통, 발진 증상까지 보였다.

결국, 이틀 뒤 의료기관을 방문하고, 관할 보건소에 신고 조치가 이뤄진 끝에 질병관리본부에서 최종 양성 판정을 받았다.

환자의 정액에 대한 바이러스 검사는 양성 판정이 나오고 7일 후에 이뤄졌다.

연구팀은 이번 정액 내 바이러스 분리가 성접촉을 통해 지카 바이러스가 옮겨갈 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액에서 살아있는 상태로 바이러스가 분리됐기 때문에 더 확실하게 전파 위험성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성접촉에 의한 지카 바이러스 감염은 9개 국가에서 보고됐다. 모두 건강한 사람이 감염지역 여행력이 있는 환자와 성접촉을 한 뒤 감염된 경우다. 미국에서만 8건이 보고됐으며 이 외에도 프랑스,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뉴질랜드, 칠레, 포르투갈령 마데이라, 페루, 캐나다에서 각각 1건씩 나왔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로 볼 때 성관계를 통한 지카 바이러스 전파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오명돈 교수는 “지카 유행지역에 여행을 다녀온 남성이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이 남성이 임신한 부인과 성관계를 할 경우 태아에게 지카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 국내에서도 (지카 바이러스에 의한) 소두증 아이가 태어날 수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오 교수는 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 휴가철로 접어드는 요즘 지카 바이러스 예방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지카 환자의 정액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사실을 파악했지만,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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