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연구원 보고서
감정노동자 근로자. 영화 핸드폰 스틸컷
16일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감정노동 고객응대업무 종사자의 근로조건 및 작업환경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고객응대업무 종사자는 비응대 근로자와 비교해 고객의 폭력을 경험할 비율이 2.5~7.7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구체적으로 ▲언어폭력 3.9배 ▲성적 관심 2.5배 ▲위협 및 굴욕적 행동 4.8배 ▲신체적 폭력 7.7배 ▲성희롱 4.6배 등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2014년 제4차 근로환경조사 자료를 활용해 이뤄졌다. 근로환경조사는 전국의 가구를 대상으로 표본추출해 가구 내 취업자 중 한 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국 사업체 조사에서 고객응대 근로자는 도·소매업 149만명, 숙박·음식점업 101만명,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74만명, 교육서비스업 73만명, 협·단체 및 수리·기타 개인서비스업 52만명 등 646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 결과 고객응대 근로자는 비정규직 비율이 21.4%로 비응대 근로자(14.7%)보다 높았다. 이는 고용형태가 불안정하다는 의미다. 고객응대 근로자의 주당 근로시간은 35~45시간이라는 응답이 46.6%로 가장 많았다. 반면 비응대 근로자는 45시간 이상이 47.3%로 조사됐다. 직무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는다는 응답은 고객응대 근로자에서 3.5%에 불과했다. 비응대 근로자는 25.5%였다.
정부는 지난 3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판매원, 전화상담원이 손님에게 폭언·폭행을 당해 우울증이 생길 경우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산재보험의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에 고객 응대 업무 중 폭언·폭력 등으로 인한 ‘적응장애’와 ‘우울병’을 추가했다.
그러나 감정노동자를 보호하는 제도는 최소한의 조치일 뿐 사회적 인식 개선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대기업이 고객 대응매뉴얼을 개정하는 등 자체적으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고객은 왕’이라는 인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업주에게 고객 응대 매뉴얼을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하고 판매·서비스업에 대한 지도를 강화하고 있다”면서도 “‘내가 내 돈 내는데 무슨 상관이냐’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부모, 형제, 자매인 감정노동자를 따뜻하게 배려하는 사회적 풍토도 정착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