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 “‘아가씨’는 모호한 구석 없는 상업·오락 영화… 수상 기대감 없다”

박찬욱 감독, “‘아가씨’는 모호한 구석 없는 상업·오락 영화… 수상 기대감 없다”

이순녀 기자
이순녀 기자
입력 2016-05-15 20:31
수정 2016-05-15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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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가씨’로 7년 만에 칸국제영화제를 다시 찾은 박찬욱 감독은 15일(현지시간) 오전 한국 기자단과 미니 간담회를 열고 전날 밤 있었던 월드 프리미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박찬욱 감독은 15일(현지시간) 한국 기자들과 만나 전날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아가씨’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박찬욱 감독은 15일(현지시간) 한국 기자들과 만나 전날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아가씨’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지금까지 상영된 경쟁 부문 후보작 중 별점이 중하위권인데.

 -늘 겪는 일이다. 내 영화에 대한 비평가들의 평점은 그리 높지 않았다. 칸에서 전에 상을 받을 때도 그랬다.

 반응이 양극인데.

 -그래도 이번엔 권선징악의 명쾌한 에피소드라 모두가 좋아할 줄 알았다.

 어느 순간부터 여성 영화가 많아지는 것 같은데.

 -‘친절한 금자씨’ 이후로는 그런 경향이 있다. ‘박쥐’도 여성적인 면이 강한 영화고 나머지는 여성이 주인공인 작품이다. 어쩌다 보니 여자 주인공이 두명인 영화까지 오게 됐다.

 남성이 주인공인 영화에 대한 생각은 없나.

 - ‘스토커’ 다음에는 남성적이고 와일드한 남자 주인공 영화를 하고 싶어서 미국 쪽과 서부 영화를 하기로 이야기됐었는데 그게 잘 안됐다. 내가 고친 각본을 투자자가 좋아하지 않았다. 남성 영화 하나를 한 다음에 이 작품을 하려고 했었는데 그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스토커’ 이후 또 여성 주인공인 영화를 한다는 게 썩 내키지 않았는데 그래도 남성 영화에 대한 각본을 쓰고 나니 약간 해소된 기분이 들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를 영화로 만든 까닭은.

 -여성주의 영화를 만드려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원작을 읽는 데 드라마 연속극을 보는 시청자 입장이 되더라. 그래서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각본을 쓰게 됐다.

 두 여성의 베드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몸이 어떻게 겹쳐지느냐, 움직이느냐 보다 손을 맞잡을 때 느낌이 좋았다. 그냥 성관계가 아니라 진짜 친밀하고 서로를 위해주고 하나가 되는 정서적인 기분을 담고 싶었다. 두 여자 주인공이 손을 맞잡는 장면이 세 번 정도 나오는 데 이 영화의 핵심적인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남성 입장에서 여성들의 정사 장면을 찍는 게 쉽지 않았을텐데.

 -감독 이름을 비워 남자가 찍었는지 여자가 찍었는지 모르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마당에 비판을 피해갈 생각은 없었다. 욕망과 충동에서 거칠고 과격하게 달려가는 그런 것보다 친밀하고 부드럽고 대화에 가까운 장면을 보여주고자 했다.

 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의 ‘가장 따뜻한 색 블루’와 비교되는데.

 -그 작품은 오르내리는 연인들의 감정 같은 작품인데 ‘아가씨’는 스릴러의 외형을 갖고 있다. 음모와 범죄가 개입되어 있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음모를 위해 본마음을 감추고 거짓말을 한다는 게 중요하다. 때문에 자기 본심과 자기가 해야 하는 임무 사이에서 모순이 발생한다. 자기 임무에 자기 감정이 방해가 되고, 임무에 충실하려면 감정을 배반해야 하니까 미안해지고?그런 죄책감이 핵심이다.

 수상을 기대해도 좋을지.

 -내가 한국에서 ‘너무 상업적인 오락 영화라서 솔직히 경쟁 부문에 부를 지 몰랐다’고 했는데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이 관련 보도를 봤는지, 내게 그런 말을 했느냐고 묻더라. 월드 프리미어 상영이 끝나고 박수를 받으며 나올 때도 집행위원장이 그랬다. 이런 반응을 보고도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영화제용 영화로 분류하려면 모호한 구석이 있어야 하는데 ‘아가씨’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수상에 대한 기대감이 전혀 없다.

 칸(프랑스)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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