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스케줄에 맞추다보니… 제왕절개도 급증
최근 20년 사이 월요일에 태어난 신생아가 일요일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이 병원에서 애를 낳다 보니 병원의 스케줄에 따라 분만일이 결정되고, 병원 영업일인 주중에 태어난 아이의 수가 증가하는 것이다.4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서울대 의학연구원 인구의학연구소 박상화 박사팀이 통계청의 출생신고 원시자료(1995·2003·2010·2012년)를 토대로 요일별 출생아 수를 산출한 결과 월·화·금요일에 많이, 토·일요일과 공휴일에 적게 태어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연구결과(우리나라의 요일별 출생 빈도에 관한 연구, 1995~2012)는 ‘한국보건정보통계학회’지 최근호에 소개됐다.
박 박사팀은 요일별 ‘출생지수’(IBO, 특정 요일의 하루 평균 출생아 수/그 해 하루 평균 출생아 수×100)를 구했다. 특정 해의 전체 출생지수인 100보다 수치가 높으면 출생이 많은 요일, 수치가 낮으면 출생이 적은 요일이라고 볼 수 있다. 2012년의 경우 월요일의 출생지수가 114로 가장 높았고, 다음은 화·금요일(111)이었다. 일요일의 출생지수는 59로, 월요일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공휴일(62)ㆍ토요일(78)의 출생지수도 전체 출생 지수(100)를 크게 밑돌았다.
박 박사팀은 논문에서 “임신 37주 이상이고 단태아를 가진 저(低)위험 임산부가 정상적인 자연 진통을 겪은 뒤 아이를 낳는다면 요일별 출생아 수의 차이가 없을 것”이며 “(이번 연구에서) 요일별 출생아 수가 배 가까이 차이나는 것은 임산부의 생리적 주기에 따른 결과라기보다는 산부인과 의사의 분만 유도ㆍ제왕절개 등에 기인할 것”으로 추정했다.
산부인과 의사와 병원의 스케줄 등에 의해 분만 일시가 조정되는 일이 적지 않은 것이 요일별 출생아 수가 크게 다른 요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주말·공휴일의 출생아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경우 2006년엔 수요일, 2007년, 2011년엔 화요일에 출생자 수가 많았다. 영국의 출생 통계(1970~76년)에서도 화~금요일에 출생자 수가 많고, 일요일·공휴일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출생 통계(1985~98년)에도 주말은 주중보다 출생자 수가 24% 적었다.
우리나라는 주말과 주중 하루 출생자 수 차이가 다른 나라보다 크고 해마다 격차가 심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1995년에 비해 2012년엔 토·일요일과 공휴일의 출생지수는 각각 11%, 12%, 17% 씩 감소한 반면 월요일과 화~금요일의 출생지수는 각각 6%와 약 1% 증가했다. 이는 제왕절개율이 해마다 증가하고 병원에서 아이를 낳는 비율도 매년 늘어났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자연분만보다 제왕절개 분만이 많을수록 출생자 수의 요일별 변동 폭이 커진다. 미국의 출생 통계(2007년)에 따르면 자연 분만아의 요일별 출생지수는 주중(월~금요일) 100~111, 토요일 83.3, 일요일은 73.6이었다. 반면 제왕절개 분만아의 요일별 출생지수는 월~금요일 110~123, 토요일 56.4, 일요일은 48.5로, 변동 폭이 자연 분만아보다 훨씬 컸다.
제왕절개 분만이 금요일에 빈번한 것은 분만을 주말 이후로 미루기 보다는 금요일 밤 12시 전에 시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제왕절개 분만아의 화요일 출산이 많은 것은 임산부의 진통 촉진제 처방이 일요일보다 월요일에 더 자주 내려지는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한편 우리나라 병원의 제왕절개 분만율도 1990년 18.1%, 1995년 29.5%, 2001년 40.5%, 2006~11년 36%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임신부의 의료기관 분만율은 1991년 89.8%에서 2011년 98%로 높아졌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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