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너 리스크… 소유경영 비판 재점화

또 오너 리스크… 소유경영 비판 재점화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16-03-15 22:12
수정 2016-03-15 22:49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한진회장 돌출 행동에 자질 논란… “제왕적 권력이 낳은 비극” 지적

일감 몰아주기·임원 독점 폐해 속
전문경영 체제 전환 목소리 커져


국내 재벌 오너의 자질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 13일 직원의 페이스북에 불편한 심정을 거침없이 쏟아낸 조양호 한진 회장의 돌출 행동에 대해 전문가들은 “브레이크 없는 제왕적 권력 행사가 낳은 비극”이라고 촌평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오너 리스크’ 때문에 과연 우리 사회에서 ‘소유경영이 전문경영보다 유리한가’라는 해묵은 주제도 수면 위로 부상했다. 유효상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15일 “가족주의적이고 전근대적인 오너 지배 구조와 위기관리 시스템의 부재가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면서 “이제라도 전문경영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에서 오너 리스크란 용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2005년 두산의 ‘형제의 난’이 벌어지면서다. 이후 재벌 기업 총수의 횡령·배임에 따른 연이은 감옥행 등으로 오너 리스크는 단골손님처럼 등장했다. 그사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은 크게 꺾였다. 지난해 파이낸셜타임스(FT)가 발표한 세계 500대 기업 중 국내 기업은 4곳에 불과하다. 10년 전 9곳에 비해 초라한 성적이다. ‘평판사회’ 저자인 유민영 에이케이스 대표는 “오너의 돌출 행동이 단기 실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할지라도 장기적으로 기업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면서 “현대사회에서 평판은 신용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국 사례만 보면 소유경영 체제가 전문경영 체제보다 지속 가능한 듯하다. 지난 3일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소유경영 대표주자 월마트는 창업주 일가가 이사회 의장으로 경영에 관여하며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성장한 반면 전문경영 체제인 K마트는 파산 신청을 했다. 보고서 저자인 안세연 서울대 박사는 “전문경영인은 단기 성과를 중시하기 때문에 오너의 ‘청지기 정신’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재벌처럼 개별 회사가 아닌 그룹을 지배하는 구조에서는 소유경영의 장점보다 단점이 크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족 간 경영권 승계, 임원 독점,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점철된 폐해를 뿌리 뽑을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6-03-16 21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의대 증원 논쟁 당신의 생각은? 
의료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의정 갈등 중재안으로 정부에 2026년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의사 증원을 하지 말자는 얘기와 같다. 현실성이 없는 주장”이라며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당장 2025년 의대 증원부터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예정대로 매년 증원해야 한다
2025년부터 증원을 유예해야 한다
2026년부터 증원을 유예해야 한다
잘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