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보존과학센터 가보니
100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불상은 옛 모습 그대로다. 신라 천년의 빛을 오롯이 발하고 있다. 문화재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보존처리 덕분이다. 14일 문화재를 원형 그대로 되살리고 보존하는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이하 센터)를 찾았다.유동완 문화재보존과학센터 연구원이 금동불상 대좌에 붙어 있는 오염물질을 아세톤에 적신 붓으로 닦아내고 있다.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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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문화재복원 전문통인 유동완 연구원이 같은 해 12월 본격적인 복원 작업에 들어갔다. 2개월여간 흙 속에 묻힌 수백개의 파편을 일일이 찾아내 하나하나 이물질을 닦아냈다. 요즘은 대좌의 오염물질을 아세톤에 적신 붓으로 정성스럽게 닦아내고 있다. 유 연구원은 “아직 불상 이물질 제거 작업이 남았다. 금속 성분만 남을 때까지 닦고 또 닦아야 한다. 새 생명을 갖기까진 2~3년이 걸린다”고 했다. 김사덕 사무관은 “불상은 대좌를 포함해 높이가 50cm가 넘는다. 출토지가 분명한 통일신라시대 금동불상 중 가장 크고 정병의 목을 쥐고 있는 기존 금동불과 달리 정병 고리를 손으로 쥐고 있다”면서 “국보급 문화재”라고 설명했다.
원래 한 몸이었던 불상, 대좌, 광배가 따로따로 떨어져 있다. 광배는 산산조각이 나 있다.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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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 오른쪽 발목이 끊어져 있다.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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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좌는 오염물로 부식돼 훼손 정도가 심각하다.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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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는 중병에 걸린 문화재들의 ‘골든타임’을 지켜 생명을 되살리는 문화재종합병원이다. 1969년 김정기·장경호 박사 등이 주축이 된 문화재연구실이 모태다. 올해 40주년을 맞은 국립중앙박물관의 보존처리 역사보다 오래됐다. 47년간 전국의 국가지정문화재와 비지정문화재를 과학적으로 진단, 제한시간 내 맞춤치료를 해 생명의 불씨를 되살렸다. 금속, 석재, 도자기, 벽화, 지류, 직물, 목재 등 여러 재질의 문화재를 복원·보존처리했다.
복원·보존처리는 보통 ‘엑스레이 촬영, CT 등을 통한 파손 정도 및 원형 파악→3D 스캔을 통한 크기, 굴곡 등 측정 →오염물질 세척→가접합→전문가 자문위원회의에서 가접합 유물을 토대로 복원 여부 결정→접합’ 수순으로 진행된다. 엑스선을 이용한 물질구조분석기(XRD), 금속전자현미경, CT, 3D 스캔 등 첨단장비가 총동원된다.
센터의 복원·보존 기술은 탁월하다. 최근 전면해체·보수 작업에 들어간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보존처리를 맡게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중앙박물관은 박물관 소장 유물을 자체적으로 보존처리한다. 지광국사탑도 박물관 소장 유물인 만큼 박물관에서 보존처리해야 하지만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시절 유 장관 지시로 센터에서 하게 됐다. 2014년 7월 복원 주체가 중앙박물관에서 센터로 바뀌었다. 김순관 학예연구관은 “센터는 일반 업체나 다른 곳에서 하지 못하는 난이도 높은 문화재 복원을 전담한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2016-03-15 2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