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주유소 밀실 살인사건…면세유 2억 횡령+면식범+조합장 선거, 진범은?

광주 주유소 밀실 살인사건…면세유 2억 횡령+면식범+조합장 선거, 진범은?

장은석 기자
입력 2016-03-06 01:20
수정 2016-03-06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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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 주유소 살인 미스터리. 출처=SBS 그것이 알고 싶다 홈페이지
그것이 알고 싶다, 주유소 살인 미스터리. 출처=SBS 그것이 알고 싶다 홈페이지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문의 마지막 전화, 발신자는 누구인가 -주유소 살인 미스터리’

2005년 5월 16일 광주 지역의 집성촌에서 한 은행조합이 운영하는 주유소를 책임지던 김모 소장이 살해됐다.

주유소 창고에서 김 소장이 숨진 채 발견됐지만, 주유소의 모든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다. 추리 소설에나 나올 법한 밀실 살인 사건이다.

범인은 큰 정문 대신 굳이 160㎝ 높이의 화장실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피해자 김 소장의 휴대폰도 함께 갖고 도망쳤다.

범인이 주유소에 있던 180만원의 현금도 들고 갔지만 경찰과 범죄 전문가는 물론 마을 주민들도 범인이 단순 강도가 아니라고 추정한다. 우선 단순 강도라고 하기에는 시신이 너무 처참했다. 범인은 총 16번 이상 김 소장의 머리를 가격했다. 또 단순 강도라면 자신의 범행이 발각되기 전에 빨리 달아나는 것이 자연스럽다.

지난 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021회에서 2005년 광주 주유소 살인 미스터리를 파헤쳤다.

사건 당일인 일요일 밤 김 소장이 죽기 전 2명이 주유소를 다녀갔다. 조합직원 유재승 씨와 주유소 건물주 류기원(가명)씨다. 경찰은 김씨의 사망 시간을 밤 9시 20분 정도로 추정한다. 유재승 씨는 주유를 마치고 8시 45분에 주유소를 떠났고, 건물주도 8시 50분쯤 주유소를 나와 자신의 집으로 갔다고 말했다.

김 소장을 마지막으로 목격한 조합 직원 유씨는 범행시각으로 추정되는 9시 20분쯤 통화중이어서 못받았던 부재중 전화 2통을 발견했다. 바로 다시 걸었지만 받지 않았던 이 번호는 놀랍게도 숨진 김 소장의 것으로 확인됐다. 전화번호도 저장하지 않을 정도로 교류가 없던 김 소장의 휴대전화로 누군가 조합 직원 유씨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

당연히 마지막까지 주유소에 남아 있었던 건물주가 가장 강력한 용의자가 됐다.

건물주인 류씨는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강력히 부인했다. 류씨는 “끔찍해 그때 생각하면. 입장 바꿔서 내가 죄도 안지었는데. 내가 죽였다고 옆에 마을까지 소문나서. 징그러워”라면서 “나는 8시 몇분에 있다가 집으로 돌아가서 복숭아 통조림을 먹고 TV를 봤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건물주 류씨와 피해자 김 소장은 주유소 창고에 류씨가 놓은 포대 등 물건 때문에 자주 싸웠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건물주 류씨를 살인자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증인(유재승씨)이 있는 상태에서 건물주가 피해자를 죽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포대, 연료첨가제 등 그런 것으로 시비가 붙어서 사람을 죽였다고 보기에는 동기가 너무 약하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그날 밤 주유소에 또 다른 사람이 왔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소장은 주유소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지선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주유소 마감 이전에 물리적 충돌 없이 창고까지 이동했다면 면식범이다”라면서 “주유소 안에 여러가지 정리하고 잠금 장치를 했다면 주유소 잘 알고 있던 사람”이라고 분석했다.

창문으로 나간 점도 의문이다. 김진구 프로파일러는 “훨씬 큰 문이 있는데 거기로 나가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나간 것”이라면서 “만약 사람을 죽였다면 은폐·위장을 했겠죠. 범인에게 유리하다고 해서 창문으로 나간거다. 지리적 환경을 잘 알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때 제작진에게 한 마을 주민이 비밀스런 이야기를 해줬다. 이 주민은 “류만식(가명) 당시 조합장이 술에 취하면 꼭 주유소에 오더라”면서 “그때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사건을) 누군가 은폐하려는 거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세상의 모든 문제는 돈이다”라면서 “당시 면세유를 많이 해먹었다고 소문도 많이 났다”고 전했다. 선거 자금을 위해 조합장이 면세유를 횡령했다는 것이다.

김 소장이 숨진 뒤에 면세유 부정유통이 사실로 드러났다. 천경석 당시 사건담당 형사는 “김 소장이 면세유를 취급하고 남은 돈 2억원 정도를 횡령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소장이 숨져서 횡령한 돈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당시 조합감사는 “조합장의 묵인 없이는 못 빼돌린다”면서 “주유소 회계담당자도 조합장 조카였다”고 말했다.

한 마을 주민은 “당연히 선거랑 결부된 돈이다”라면서 “돈을 만들 가장 쉬운 곳이 주유소”라고 말했다.

조합장 류씨가 유력 용의자로 떠올랐다. 조합장 류씨는 2개월 뒤 선거에서 졌고, 평생 살았던 마을을 떠났다. 하지만 류씨는 사건 발생 당시 딸과 함께 집에서 비디오를 보다가 잠들었다고 알리바이를 댔다. 그날 주유소에는 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조합장 류씨는 제작진을 만나 “면세유 횡령의 경우 자신과는 관계가 없고 딱 1번 김소장의 횡령을 알게돼 경고를 줬다”고 밝혔다.

김진구 프로파일러는 “조합장은 딸이 빌려온 비디오 봤다는데. 조합장이 평소에도 일요일에도 이런 영화를 딸고 보느냐. 이날만 봤다면 좀 뭔가 의심스러운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건물주의 경우 당시 경찰 조사에서 주유소에 있다가 집으로 가서 드라마 ‘토지’를 봤다고 진술했다. 2005년에는 다시 보기 기능도 흔하지 않았다. 건물주가 TV를 봤다는 장면은 그날 밤 9시 22분 장면이었다. 김 소장의 전화로 누군가 조합직원 유씨에게 두번째 전화를 걸었던 그 시간이다.

전문가들은 건물주의 경우 범인으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살인을 하고 30분도 안되는 상태에서 본 TV 드라마 장면을 제대로 기억한다는 것이 비현실적이고, 9시 22분은 범인이나 김 소장이 조합 직원 류씨에게 전화를 한 시점으로 그 전화에만 신경을 써야 하는 상태였다는 설명이다.

그날 밤의 미스터리 사건의 범인으로 조합장과 건물주가 가장 큰 의심을 받았지만 진범은 의외의 인물일 수도 있다.

면세유 비리가 살인사건과 관계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범인을 잡지 못한 이 사건은 경찰 미제 전담팀이 의지를 갖고 재수사 하기로 결정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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