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 부모, 죽은 자식보다 직장 잘릴까 걱정”

“가해 부모, 죽은 자식보다 직장 잘릴까 걱정”

이두걸 기자
이두걸 기자
입력 2016-01-18 22:46
수정 2016-01-19 01:35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검·경·판사들이 전하는 ‘아동학대’… 수사·재판과정 문제점

“단순 아동학대로 처벌을 받는 부모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남아 있는 자녀들은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죠. 하지만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사건은 완전히 다른 경우입니다. 그 정도라면 부모보다는 기관에서 자라는 게 오히려 추가 피해를 막고 아이에게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서울 지역의 경찰관 A씨)

●“정말 인간 같아 보이지 않아”

지난달 인천 아동학대 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국민들을 또다시 경악에 빠뜨린 경기 부천 아동 시신 훼손 사건은 어린이를 ‘나쁜 부모’로부터 지켜낼 사회적 보호막이 절실함을 보여 줬다.

서울신문은 18일 자녀를 살해한 부모들을 수사하고 검거하고 조사한 경찰과 검사들 그리고 이들을 재판하며 신문한 판사들을 직접 취재했다. 그들이 바라본 자녀 살해 범행의 특징과 이를 막기 위한 시스템 차원의 개선책 등에 대해 물었다.

검사 B씨는 “목격자가 없는 경우가 태반이고 희생자가 대부분 영·유아이다 보니 저항의 흔적 등을 찾기가 쉽지 않다”면서 “과거 사건에서 부검의 등의 도움을 받아 ‘입과 코를 막아 죽였다’는 자백을 받긴 했지만 부부 등이 공모하면 살인으로 입증하는 게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 C씨는 범행을 저지른 부모들이 ‘냉혈한’인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그는 “어떤 부모들은 이번 일로 내가 구속을 당하면 어쩌나, 직장에서 잘리면 어떡하나 등 도저히 믿기지 않는 고민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면 정말 인간 같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집 안에 들어가니 썩는 냄새 진동”

판사 D씨는 “자식의 시신을 유기하는 부모들은 ‘집 안에 (시체를) 뒀다가 썩는 냄새를 참기 어려웠다’고 진술하곤 한다”면서 “멀쩡하게 이야기하는 이들을 보면 ‘인간이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고 말했다.

일선에서는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수도권 지역 검사 E씨는 “자기 자식은 때려도 된다는 인식 때문에 다른 부모가 그들의 자식을 학대하는 데 대해서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분위기가 강하다”면서 “사랑의 매는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아동학대를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걸 기자·사회부 종합 douzirl@seoul.co.kr
2016-01-19 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정치적 이슈에 대한 연예인들의 목소리
가수 아이유, 소녀시대 유리, 장범준 등 유명 연예인들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에 대한 지지 행동이 드러나면서 반응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연예인이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 직접적인 목소리는 내는 것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연예인도 국민이다. 그래서 이는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
대중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연예인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