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K옥션 경매 5억원 작품 감정서 위조 미술계 파장… 화랑계 “이번 사건은 시작에 불과”
경찰이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80) 화백의 위작 유통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인 가운데 최근 국내에서 경매된 5억원 상당의 작품에 첨부된 감정서가 위조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화백은 워낙 국내외적으로 명성이 높고, 단색화 열풍을 타고 작품가격이 크게 올라 거래되는 까닭에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이우환의 1978년 작 ‘점으로부터 No.780217’. 지난달 15일 5억원에 경매됐으나 첨부된 감정서가 위조된 것으로 확인됐다.
K옥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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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랑협회 관계자는 “위조된 감정서라는 것이 확인된 만큼 소문으로만 나돌던 이우환 위작설이 사실로 밝혀질 개연성이 높아졌다”며 “가뜩이나 위축된 미술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국내 양대 미술품 경매사 중 하나인 K옥션 경매에서 이 같은 문제의 그림이 거래됐다는 점은 경매사의 기본인 신뢰성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 화백의 회화 작품을 지속적으로 거래해 온 국내 굴지의 화랑인 갤러리 현대가 K옥션의 모체라는 점도 사안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화랑계 일각에서 “이번 건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 화백의 작품은 가격이 높고, 기법상 위작을 만들기가 수월한 편이어서 국내에서 조직적으로 위작을 만들어 유통시키고 있다는 소문이 수년 전부터 나돌았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해 10월 이 화백의 위작들을 유통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인사동 화랑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이 화백의 1970년대 후반 작품인 ‘점으로부터’ ‘선으로부터’의 위작들이 2012∼2013년에 유통됐다는 첩보를 받고 수사를 시작했다”며 “이 화랑에서 합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위작 10여점이 유통됐을 가능성이 포착돼 압수수색했다”고 설명했다.
당사자인 이 화백은 그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의 작품에는 위작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화랑계 관계자는 “위작 유통설이 불거질 당시 위작으로 의심받는 작품에 대한 작가 자신의 소견을 의뢰받은 이 화백이 자신의 작품이 맞다고 확인했다고 들었다”면서 “여러가지 측면을 감안한 것이겠지만 위작 유통을 부추긴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이 화백 자신이 압수품들을 직접 보겠다고 연락을 취해 왔지만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고,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서 정중히 거절했다”면서 “수사 결과가 발표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16-01-11 2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