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정서 채택 후 온실가스 감축 박차
지난 11일 전 세계 158개국 대표가 모인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교토의정서 이후 18년 만에 신기후체제 합의문인 파리의정서를 채택했다. 국가들은 5년마다 상향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제출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6월 2030년까지 3억t이 넘는 37%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대내외에 천명했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현재 발전 부문에서 감축 가능한 기술들을 모두 적용하면 유엔에 제출한 2030년 배출전망치(BAU)의 13%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핵심 변수는 온실가스 감축 기술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파리총회에서 선언했던 2030년 에너지신산업 분야의 100조원 시장과 50만개 일자리 창출도 모두 기술 연구개발(R&D)에 달렸다.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 온실가스 감축 기술 개발에 대해 한국전력이 내년도 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확대한 가운데 대전 소재 한전 전력연구원 기술전문센터 연구원들이 순산소 연소 실험을 하고 있다.
한국전력 제공
한국전력 제공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3일 ‘기후변화를 대비하는 전력 R&D’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공기업의 기술개발 투자를 확대하기로 하고 전력 분야 R&D 협의체 운영 계획도 밝혔다. 정부와 한국전력공사 등 공기업은 온실가스 감축 기술개발을 위해 올해보다 두 배 늘어난 1조 1835억원을 전력 분야 R&D에 투자하기로 했다.
세계 경제성장 둔화로 전력수요 감소 위기를 맞고 있는 한전은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온실가스 감축 기술 개발에 전력하고 있다. CCS, 신재생에너지, 송·배전 효율 향상 등 온실가스 감축 관련해 한전은 내년 R&D 예산을 6078억원으로 올해보다 3배 가까이 확대했다. 사물인터넷(IoT) 등 민간기업, 연구소와의 공동 R&D도 늘릴 계획이다.
한전이 공들이고 있는 주요 지구 온난화가스 저감 기술에는 송변전·배전 분야에서 전력설비 절연물질로 사용되고 있는 육불화황(SF6) 가스 배출 저감 기술이 있다. SF6은 지구온난화지수가 이산화탄소 가스의 2만 3900배에 이르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알려진 물질이다. 전력설비는 정전 예방 등을 위해 주기적으로 점검 또는 교체를 해야 하는데 이때 SF6 절연가스를 활용한다. 한전은 2011년부터 고효율 SF6가스 회수 기술을 현장에 적용해 배출량을 최소화하고 있다. 한전은 기존 기술의 효율성을 높여 SF6 회수 시간을 단축하고 정제 시간과 정제율을 높여 SF6 재활용률을 97%에서 99%로 높일 계획이다.
또 SF6 가스를 대체할 수 있는 고체 절연물질 등을 2010년 개발해 23㎸급 차단기에서 ‘SF6 프리 개폐장치’로 활용하고 있다. 한전은 불소계 친환경 가스를 개발해 220V 전압의 70배에 달하는 154㎸급 차단기에도 적용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발전 분야에서는 고효율 친환경 기술 개발로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있다. 초초임계 청정화력 발전기술(USC, AUSC)이 대표적이다. USC는 액체를 600도에서 고압(㎠당 265㎏)해 증기를 생산, 터빈을 돌리는 고효율 청정화력 발전 기술이다. 내년에 신보령발전소에서 상업 운전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한전은 2020년에 700도급 AUSC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석탄에서 일산화탄소·수소 등 합성가스를 제조해 가스터빈을 돌리고, 그때 버려지는 열로 증기를 생산해 증기터빈을 돌리는 복합발전기술(IGCC)은 300㎿급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실증 작업이 한창이다.
연료전지, 바이오메스, 풍력, 태양광 등 친환경 연료를 이용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핵심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한전은 탄소포집·저장·사용(CCUS) 기술을 개발해 발전 단계부터 저탄소화를 실현해 가고 있다. CCS는 화석연료 전후에 발생하는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액상 또는 고체 흡수체를 이용해 포집·저장하는 기술이다.
화석연료가 아닌 톱밥, 볏집, 축산 분뇨 등 농림부산물과 하수 슬러지 등 유기성 폐기물, 쓰레기를 고형 또는 액화해 발전용 연료로 쓰는 바이오메스는 원료 수집 방법에 따른 비용 편차가 큰 만큼 연속 운전에 대한 문제 해결에 주력하고 있다. 저가형 고효율 태양광 셀 제조 기술, 태양을 따라가면서 빛을 모으는 고밀도 추적식 집광 시스템, 태양광·태양열 동시 활용기술 개발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2030년에는 17GW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는 인구 1000만명이 사는 서울 가구 전체(약 350만 가구)가 동시에 쓸 수 있는 전력량이다.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이용한 소규모 독립형 전력망인 마이크로그리드를 활용한 친환경 자립섬,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통해 도심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제로에너지빌딩 등 효과적인 에너지 사용 유도 기술 개발에도 집중할 방침이다. 한전 관계자는 30일 “온실가스 감축 기술 개발을 통해 신사업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 개발도상국과 공유해 국제사회를 주도하는 글로벌 에너지기업으로서 신기후체제를 기회로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2015-12-3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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