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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窓] 소 잃고도 외양간 고쳐야 하는 이유/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

[생명의 窓] 소 잃고도 외양간 고쳐야 하는 이유/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

입력 2015-12-11 18:06
업데이트 2015-12-12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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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
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
지난달 19일 익명의 제보로 시작된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 C형 간염 집단감염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의료 행위의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의료계 전반에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방역 당국은 2008년 5월 이후 이 의원을 이용한 2268명에 대해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을 조사하고 있다.

지금까지 1145명(50.5%)을 검사한 결과 82명이 감염됐고, 아직도 감염 상태에 있는 환자는 56명이라고 한다. C형 간염 바이러스는 혈액을 통해서만 전파된다. 그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환자의 혈액이 비감염자의 혈관 내로 유입되지 않는 한 전염은 일어날 수 없다. 주사기의 반복적 사용이 원인으로 꼽히는 명백한 이유다.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15% 내외는 급성 간염 증상을 보이고 80% 정도는 만성 간염으로 이행한다. 대표적인 급성 간염 증상은 피곤, 식욕부진, 무기력증 등이다. 만성 간염으로 이행하는 경우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 감염 사실도 모른 채 지내기 쉽다. 이번 다나의원 사태에서도 제보자가 없었다면 대부분의 환자는 감염된 사실도, 또 감염 사실을 알게 됐더라도 어떻게 감염됐는지 몰랐을 것이다. 만성으로 이행한 환자 중 최대 30%에서는 30년 정도에 걸쳐 간경변이나 간암이 생긴다.

C형 간염 바이러스는 치료제도 있고 완치도 가능하다. 다만 1년여 동안 끈기 있게, 또 성실히 치료에 임해야 완치에 이를 수 있다. 백신은 아직 존재하지 않아서 감염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 외에 예방할 수단은 없다. 다나의원 사태가 불거졌을 때 의료계 종사자 모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고작 몇십 원에 불과한 일회용 주사기를 반복 사용함으로써 무고한 수십 명의 사람을 졸지에 고위험 만성 질환의 위험에 빠뜨린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자 다나의원 원장의 신체장애도 도마에 올랐다. 당국에 따르면 원장은 2012년 교통사고로 뇌 손상을 입어 중복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의원은 의사면허가 없는 부인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의료행위를 지시했다고 하니 총체적인 의료 부정행위가 있었던 것이다.

다나의원 사태를 보면서 이런 부적절한 의료행위가 다나의원에만 국한된 것인지, 다른 데서도 행해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관계자 모두가 나서 의혹과 불신을 해소하면서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우선 의사협회가 나서서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의료인 윤리선언 등 재발방지책을 스스로 밝혀야 한다. ‘돈만 밝히는 부정한 집단’으로 매도당하지 않으려면 이런 조치는 필수적이다.

당국 또한 조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병의원을 전수조사해 의혹 해소와 유사 사태 재발 방지를 확실히 해야 한다. 그리고 이참에 의사면허 갱신 제도를 도입해 의사면허 취득 후 발생한 정신적 또는 신체적 변화에 대해 의료행위 적절성 여부를 심사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다나의원 사태와 같이 상식선에서조차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의료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의사면허를 박탈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행위는 단순한 의료사고가 아니라 무고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명백한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다. 소를 잃고 난 후라도 외양간을 고쳐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런 무고한 미래의 희생을 막기 위함이다.
2015-12-1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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