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 음독까지 부른 건국대 교수채용 갈등

스승 음독까지 부른 건국대 교수채용 갈등

오세진 기자
입력 2015-11-25 23:16
수정 2015-11-26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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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순위 후보’ 제자 탈락에 반발 총장 면담 중 약물 마셔 응급실行

사진은 지난 6월19일 서울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열린 취업콘서트에서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이 취업준비생들에게 취업콘서트를 펼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사진은 지난 6월19일 서울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열린 취업콘서트에서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이 취업준비생들에게 취업콘서트를 펼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건국대에서 교수 채용을 둘러싼 갈등으로 60대 교수가 총장 앞에서 음독 자해를 시도해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교원 채용을 둘러싸고 곳곳에서 벌어지는 학내 갈등이 극단적인 형태로 표면화된 것일 뿐 언제든 터질 가능성을 안고 있는 문제였다는 게 대학가 안팎의 시각이다.

건국대 생명환경과학대학 소속 이모(61) 교수가 지난 24일 오전 총장실에서 송희영 총장과 면담을 하던 중 미리 준비해 온 메틸알코올로 추정되는 약물을 마셔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 교수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가 음독을 시도한 배경으로 교수 신규 채용 문제를 둘러싼 학교본부와의 갈등이 꼽히고 있다. 이 교수가 속한 단과대학 학과 인사위원회 심사를 마치고 결정된 신규 채용 1순위 후보자를 학교본부가 채용하지 않으면서 이 교수가 크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학교본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채용 과정은 공정하게 진행됐다. 이 교수가 총장에게 특정 후보를 채용해 달라는 요청을 문자, 이메일을 통해 한 적은 있으나 총장이 그 요청을 거절하거나 반론을 제기하는 등 갈등을 일으킬 만한 대응은 일절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건국대에서는 이전에도 철학과, 중어중문학과 교수 신규 채용 과정에서 심사를 통과한 1순위 후보자 대신 후순위 후보자들이 채용되면서 학내에서 비판이 불거진 바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건국대 재단 측이 교수 채용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앞서 대구대에서도 2012년 학과·학교본부 심사를 마치고 올라온 교수 신규 채용 후보자 20명 중 3명만 뽑히는 일이 발생해 파문이 일었다. 과거 재단 쪽 이사(3명)와 당시 재단 쪽 이사(2명) 간 대립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대구대의 한 교수는 “보통 학교본부 심사까지 마친 후보자들에 대해 학교 측이 임용 제청을 하면 99%는 채용된 전례에 비춰 볼 때 당시 20명 중 3명만 뽑힌 일은 사상 초유의 사태였다”면서 “학과 심사를 거친 최종 후보자들의 순위를 학교본부에서도 마음대로 뒤집을 수 없다. 하지만 이사들의 계파 싸움이 신규 채용에 지장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김삼호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최종 인사권이 학교법인에 있다고 하더라도 학과 인사위원회, 학교본부 인사위원회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채용 과정을 운영하면 되는데 그게 안 되니 문제”라며 “유력 정치인의 딸이 교수로 채용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도 이런 분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규 채용을 둘러싼 잇따른 잡음은 교수 사회의 폐쇄성에서 기인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 지역 한 사립대의 교수는 “신규 교수를 공모식으로 뽑다 보니 학과에 있던 기존 교수들과의 학연, 지연 등에 얽매여 후보자가 뽑히는 일이 다반사”라면서 “이번 건국대 일도 결국은 지도교수가 자기가 아끼던 제자를 교수로 만들려고 했다가 일이 잘 안 돼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전했다.

2013년에는 서울대 성악과가 학과인사위원회 1단계 심사 때 3배수까지 채용 후보를 올리도록 한 규정을 어기면서 지원자 7명 중 6명을 탈락시켜 ‘내정자 밀어주기’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교수 신규 채용 방식을 미국, 유럽과 같이 ‘초빙’ 형태로 운영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2015-11-2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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