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이 작품은 ‘한국판 엑소시스트’다. 이전 한국 영화가 귀신 또는 악령을 쫓는 의식 대부분을 무속 신앙에 기댔다면 이 작품은 로마 가톨릭 구마(驅魔) 의식에 집중하고 있다. 후반부 40분을 서울 명동 한쪽의 다락방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구마 의식을 재현하기 위해 쏟아붓는다. 미국 할리우드에선 자주 보아 왔지만, 한국에선 새로운 소재라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관심이 쏠린다. ‘전우치’(2009) 이후 6년 만에 재회한 김윤석과 강동원이 능글맞게 주고받는 ‘합’이 돋보인다. 이들은 구마 의식에 나서는 신부 역할로 열연한다. 뺑소니 사고를 당한 뒤 의문의 증상에 시달리며 구마 의식을 받게 되는 소녀 역할은 신예 박소담이 맡아 소름 끼치는 연기를 보여준다. 오컬트 영화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엑소시스트’(1973)에서 전 세계 영화 팬들에게 충격을 줬던 린다 블레어의 모습이 떠오를 정도다.
하이라이트인 구마 의식 장면 대부분이 3면 상영으로 구현돼 영화 팬들에게 3D와는 또 다른 입체감을 선물한다. 3면 상영은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김지운 감독의 단편 ‘더 엑스’를 통해 처음 선보였다. 지난 4월 개봉한 ‘차이나타운’도 시험적으로 3면 상영이 이뤄졌다. ‘차이나타운’이 후반 작업을 통해 3면 상영 버전을 만들었다면 이번 ‘검은 사제들’은 3면 상영을 염두에 두고 촬영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3면 상영 버전은 스크린X 상영관에서 접할 수 있다. 스크린X는 CJ CGV와 카이스트가 공동 개발해 상용화한 3면 상영 시스템이다. 정면뿐만 아니라 좌우 벽면까지 3면 270도를 스크린으로 활용해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검은 사제들’의 스크린X 버전은 전국 26개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 올해 연말 개봉 예정인 기대작 ‘히말라야’도 스크린X 버전이 제작돼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