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취업 앞당겨 출산 유도?… 교육부 “입시 등 큰 혼란 우려”

입학·취업 앞당겨 출산 유도?… 교육부 “입시 등 큰 혼란 우려”

장형우 기자
장형우 기자
입력 2015-10-21 23:04
수정 2015-10-22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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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학제 2년 단축’ 추진 교육계 반응

정부와 여당이 21일 저출산 문제의 해법으로 학제 개편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향후 논의 전개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실제 실행이 되면 큰 혼란이 나타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자녀를 초등학교에 보내고 나면 여성의 취업률이 올라가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에서는 취학 연령을 낮추는 것이 저출산 문제 완화에 일정 수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자녀를 1년 일찍 학교에 보내면 그만큼 양육비용과 유아기 사교육 비용을 줄일 수 있다. 2009년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저출산 대책으로 똑같은 방안을 내세웠을 때 이뤄진 육아정책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취학 연령 1세를 단축하면 초등학교 입학에서 고교 졸업까지의 사교육비가 6.8%(2675만원→2494만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점도 있지만 실제 실행에는 혼선이 불가피하다. 예를 들어 2020년부터 만 5세로 초등학교 입학을 앞당기거나 현행 6년인 초등학교와 중·고교를 각각 5년 만에 끝내는 것으로 바꿀 경우 자연히 2019년에 취학한 아동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게 된다.

교육과정 및 입시제도의 변화와 함께 수조원 이상의 예산도 투입돼야 한다. 앞서 2006년과 2009년에 유사한 학제 개편 논의가 실행되지 못했던 이유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초·중등부터 대학까지 9월에 1학기를 시작하는 ‘9월 학기제’ 도입을 공론화하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교육부는 이날 당정협의 결과에 대해 “여당의 공식적인 요청이 들어오면 검토해 보겠다”는 원론 수준의 입장을 보였지만 내부적으로는 학제 개편이 쉽지 않을 거란 분위기가 주류를 이뤘다. 교육과정, 학생들 발달단계, 재정 추계, 사회 환경 등 고려할 사항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 안건은 2007년 이후 정식으로 교육부에서 논의된 적이 없었다. 당시 교육부도 아이디어 차원이었고, 정책으로 이어지진 않았다”며 “저출산위원회의 안건으로 들어갔을 때 교육부는 반대를 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학제 개편에 따른 장점이 있지만 변동에 따른 학년별 유불리가 굉장히 크다”며 “워낙 사회적 변화가 큰 사안이라 교육부로선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교육 분야의 세계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시대에 북한(11년), 영국(13년)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미국·일본 등 주요국이 초등 및 중등 과정을 한국과 같은 12년으로 운용하고 있는 점도 주요 고려대상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심각한 저출산에 시달렸던 네덜란드와 영국 등의 초등학교 입학 연령은 우리나라보다 1년 이른 만 5세”라면서 “두 나라가 저출산 문제를 완화하는데 성공하긴 했지만 이는 학령을 앞당겨서라기보다는 국가의 보육 부담 확대, 시간근로제·탄력근로제 시행 등에 주로 힘입은 것”이라고 말했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2015-10-2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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