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첫날] “매번 기대했다가 실망 나에겐 고문… 가슴 미어져 요즘엔 TV도 안 틀어”

[이산가족 상봉 첫날] “매번 기대했다가 실망 나에겐 고문… 가슴 미어져 요즘엔 TV도 안 틀어”

김희리 기자
김희리 기자
입력 2015-10-20 23:02
수정 2015-10-21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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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봉명단 못 든 이산가족들 한숨

“뉴스만 봐도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아서 요즘은 TV도 안 틀어요.”

남과 북 이산가족이 만난 20일, 금강산으로 향하는 상봉단 행렬 뒤에는 명단에서 빠진 수많은 실향민이 있었다. 그들은 또 한번 눈물을 삼키며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언니 둘을 북에 두고 월남한 조장금(83)씨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매번 기대했다가 다시 실망하는 일은 너무도 고문 같다”며 흐느꼈다. 조씨는 지난달 7일 대한적십자사를 찾아가 이번에도 상봉자 대상에 들지 못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며칠을 몸져누웠다. 2000년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한 이후 15년을 피 마르는 심정으로 살아 왔다는 조씨는 “올해가 내게 남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그 기대가 무너졌다. 아마 이번 생엔 다시 못 볼 것 같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6·25전쟁 중에 언니와 두 남동생과 생이별한 조강황(85)씨도 “나는 왜 저 사람들(상봉단) 속에 낄 수 없는지 하늘이 야속했다”고 했다. 조씨는 “또 다음이 있겠거니 하고 기다려야지 별 수 있나”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제대로 먹고사는지가 제일 걱정이라는 조씨는 “형제들을 만나 삼계탕을 실컷 먹게 해 주는 게 소원”이라며 만남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서울 종로구 이북5도청에서 만난 실향민 이용수(80)씨는 “너무 늦기 전에 유일한 피붙이인 다섯 살 위 누나를 만나 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당시 수원 피란길에 만난 동향 사람에게서 북에 남은 누나 소식을 들었다는 이씨는 누나가 매일같이 동생 걱정에 운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찢어졌다고 했다. 누나와는 그 후로 소식이 끊겼다. 이씨는 그때만 해도 이별이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다.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연락이 없네요. 몇 년 안에는 성사가 돼야 건강한 몸으로 만나러 갈 텐데 말이에요.” 지친 이씨가 메마른 한숨을 쏟아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2015-10-2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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