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 유치원 5만원 개 유모차 30만원 탄산 스파 10만원
8개월 된 ‘비숑 프리제’종 강아지 구름이의 하루는 유치원에 등교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구름이는 지난달부터 서울 강남의 한 애견 유치원에 다닌다. 애견 호텔이 주인이 집을 오래 비울 때 맡겨 놓는 곳이라면 애견 유치원은 반려견의 사회성을 키우는 교육 현장이다.●유치원 가정통신문 등 ‘깨알 교육’
‘학비’는 종일반(오전 10시~오후 8시) 기준 하루 평균 5만원이다. 유치원은 예절교육과 놀이 및 낮잠 등 시간표에 따라 운영돼 사람들이 이용하는 유치원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애견 유치원의 교사는 ‘구름이 엄마’ 직장인 이모(30·여)씨에게 구름이가 하루 동안 받은 수업 내용과 간식 정보 등 깨알같이 적은 가정통신문도 보낸다.
유치원을 나선 구름이가 향한 곳은 용산구에 위치한 애견 전용 스파였다. 폭염에 지친 구름이는 이날 ‘탄산 버블 스파’와 ‘머드팩’을 받았다. 1시간 30분짜리 ‘스페셜 케어’에 10만원에 육박하는 돈이 들지만 일주일 전엔 예약을 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1인 가구와 ‘딩펫족’(자녀 계획이 없는 맞벌이 부부를 뜻하는 ‘딩크족’과 반려동물을 뜻하는 ‘펫’의 합성어)이 늘어나는 등 가족 구조가 변화하면서 반려견의 삶도 고급·사치화되고 있는 셈이다. 국내에 애견 전용 해수욕장과 케이블방송이 등장한 데 이어 30만원이 훌쩍 넘는 전용 유모차도 불티나게 팔린다.
12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10년 1조 8000억원이었던 국내 반려견 산업 시장 규모는 2020년 6조원 규모로 추정될 만큼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평균수명인 15년 동안 개와 고양이를 키울 경우 2013년 기준으로 반려견은 마리당 평균 2111만 8000원, 반려묘는 1996만 3000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에게 자녀를 양육하는 수준의 투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유현정 충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족 구조의 변화로 반려동물이 가정의 중심에 위치하게 됐고 반려동물에 대한 지출 규모와 수준도 월등히 높아졌다”고 밝혔다.
●반려견 평생 양육비 2111만 8000원
반려동물을 위한 호텔 투숙부터 유치원, 스파 등에 대한 투자가 개인주의 성향이 반영된 ‘가치 소비’의 단면이라는 설명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자신의 만족감이 극대화될 수 있는 부분에 아낌없는 소비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유기동물은 역설적이게도 해마다 여름휴가철에 급증한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유기동물 규모는 2011년 9만 6268마리, 2012년 9만 9254마리, 지난해 8만 1147마리 등으로 매년 10만 마리 가까운 동물이 버림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7월과 8월에 버려진 유기동물은 각각 8684마리, 7992마리에 달했다. 월평균치(6690마리)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올 7월에도 한 달 새 8303마리가 버려진 것으로 집계됐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2015-08-1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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