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 中 강제노역자에 사과·보상
일본 대기업 미쓰비시 머티리얼이 2차 세계대전 기간 강제 노역에 동원된 중국인 피해자 3765명에게 1인당 10만 위안(약 1870만원)을 지급하기로 중국 측과 합의했다. 일본 기업이 미국에 이어 중국인 강제 노역 피해자에게 사과를 표하고 보상금을 주기로 한 것은 처음이다.미쓰비시는 그러나 한국인 피해자는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24일 입장 표명을 자제한 채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중국의 경우 일본과 관계정상화를 맺는 과정에서 정부가 보상권을 포기하면서 개인 청구권이 살아 있는 반면 우리의 경우 1965년 한·일협정을 통해 개인 청구권이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합의를 해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2차 대전 당시 강제 동원된 모든 희생자의 상처를 치유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일본에 지속적으로 얘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특히 한국인 강제 징용 피해자가 일본 기업을 상대로 대법원에 소송을 진행 중인 상황이라 구체적인 정부 입장을 표명하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했다. 더군다나 일본 정부 차원이 아닌 기업이 보상에 나서는 문제에 대해 정부가 앞장서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양금덕(84) 할머니 등 근로정신대 피해자 8명은 국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들은 미쓰비시를 비롯해 후지코시, 신일철주금(신일본제철 후신) 등 3곳을 상대로 모두 11건의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법원이 2012년 5월 강제 징용 피해자의 개인 청구권을 인정하면서 국내 법원이 잇따라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아 현재 대법원에는 3건의 소송이 계류 중이다.
대법원이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을 경우 자칫 일본 기업의 국내 소유 재산에 대한 가압류가 이뤄질 수 있어 정치적 후폭풍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일본 기업의 보상과는 별도로 1974년 ‘대일 민간청구권 보상에 관한 법’을 제정해 한·일 청구권 자금 중 일부인 무상 2억 달러 가운데 10%가량을 보상금으로 사망자에 한해 지급한 바 있다. 당시 군인과 군속, 노무자 등으로 사망한 8552명을 대상으로 1인당 30만원씩 모두 25억 6560만원을 지급했다. 이와는 별도로 2007년에는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강제희생자 지원법’을 제정해 일본군 위안부와 사할린, 원폭 피해자 등에 대해 5700억원가량의 정부 예산을 들여 지원금을 지급했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오게 되면 강제 집행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한·일 관계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는 만큼 최종판결이 나오기 전에 정부가 징용자 문제 처리에 대한 원칙을 밝히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15-07-2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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