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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보다 27세 어린 여중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판결을 받아낸 남성이 파기환송심에서도 “사랑하는 사이였다”고 주장했다.

연예기획사 대표 조모씨(46)는 22일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이광만) 심리로 열린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 혐의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나는 분명히 (고소인인 A양과의 관계가) 사랑이라고 생각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씨는 또 자신이 세간의 선입관 때문에 수사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후진술에서 “(수사 과정에서) 중요한 증거들을 경찰관을 믿고 줬는데, (재판 과정에서) 아무리 찾아봐도 증거에 첨부돼 있지 않았다”며 “경찰은 검사에게 줬다고 말하고 검찰 측은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A양이 강압에 시달려 관계를 유지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 조씨는 “정말 내가 무서운 사람이었다면 그 사람(A양)이 카드를 가지고 몇 십 만원이 넘는 인형이나 옷을 매일같이 살 수 있었겠나?”라며 부인했다.

조씨는 이날 재판에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자신이 선입관 때문에 이름을 바꾸려 계획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성폭력범죄에 있어 어린 피해자들은 나약한 시절 남성에게 강압을 느끼면 이후에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구속되는 측면이 있다”며 “심정적으로 안정감을 가지게 되고 나서야 비로소 법적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조씨에게 1심이 선고한 것과 같은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앞서 조씨는 2011년 8월 당시 13세였던 자신의 아들이 입원한 병원에서 교통사고로 입원 중이던 A양을 처음 만나 접근, 이후 여러 차례 성관계를 맺어 임신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과 2심은 모두 ‘조씨의 강요에 못 이겨 서신을 보냈을 뿐, 서로 사랑하는 사이는 아니었다’는 A양의 증언을 인정해 조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양의 진술만으로는 두 사람 사이에 오간 서신이나 메시지 내용이 강요에 못이겨 작성된 것이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조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9월11일 열린다. 재판부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자료를 검토하고, 검찰이나 조씨 측이 추가로 의견서를 내거나 증거를 제출하면 공판을 재개해 다시 심리한다는 방침이다.

사진 = 서울신문DB

뉴스팀 seoul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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