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메르스 한 달, 공포심 극복해 이겨내야

[사설] 메르스 한 달, 공포심 극복해 이겨내야

입력 2015-06-18 18:06
수정 2015-06-19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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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국내에서 발생한 지 내일로 한 달이 된다. 어제까지 환자는 165명으로 늘었다. 사망자도 23명으로 증가했다. 치사율도 14%까지 높아졌다. 메르스에 대한 공포심을 더욱 부추길 수 있는 높은 치사율이다. 메르스 환자 증가 추세는 한풀 꺾이는 듯 보이지만 오늘은 어떻게 될지, 내일은 또 어떨게 될지 안심할 수가 없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메르스 사태가 잦아들게 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전문가들은 수주일에 걸쳐 추가적인 환자 발생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에 들어간 것은 초동 대응에 실패한 정부의 ‘원죄’에서 비롯됐지만 삼성서울병원의 잘못도 크다. 삼성서울병원이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보인 행태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초일류’와는 거리가 멀다. 감염된 의사나 응급실 이송 요원이 격리 대상에서 빠진 채 돌아다녔다. 격리 대상자 명단을 만들면서 정작 환자 보호자나 일반 방문자들을 빠뜨리는 초보적인 실수도 저질렀다. 전체 환자의 절반 가까운 81명이 삼성서울병원발(發) 환자다. 2차 유행의 진원지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 막는 것도 벅찬 상황으로 몰고 온 게 삼성서울병원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오죽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병원장을 지방으로 따로 불러서 메르스 사태가 종식되도록 책임져 달라고 질책을 했겠나. 삼성 사장단이 “부끄럽고 참담하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사과로만 넘어갈 일이 아니다. 병원도 뿌리째 뜯어고쳐야겠지만 메르스로 피해를 본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그룹 차원에서 찾아내 제시해야 한다. 삼성서울병원의 소유주인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이사장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 “국가가 뚫린 것”이라는 삼성의 오만한 자세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되돌리는 동시에 ‘리더십’이 없다는 항간의 지적을 불식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건희 회장이 건재했더라면 삼성서울병원이 이렇게까지 엉망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국민들은 ‘메르스 포비아’부터 이겨 내야 한다. 과도한 공포심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한국 여행이나 교역을 제한하는 조치는 필요 없다고 밝혔다. 지나친 공포심으로 ‘메르스 불황’을 길게 끌고 가서는 안 된다. 물론 안전이 전제돼야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겠지만 이미 한국 경제는 메르스로 인해 크게 휘청거리고 있다.

12만명이 넘는 외국인이 한국 관광을 취소했다. 백화점, 대형마트, 식당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와 있다.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때나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보다도 경제적 충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메르스 사태가 3개월간 지속되면 사회적 비용이 20조원 이상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기업마다 올 2분기부터 실적 악화가 숫자로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가 살아나려면 메르스에 대한 공포감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소비 심리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
2015-06-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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