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여파에 경기 처방 논쟁 재점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확산되면서 올 2분기에도 ‘성장률 1% 벽’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복합 처방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메르스가 아직 우리 경제 전반에 타격을 주는 게 아닌 만큼 금리와 같은 큰 칼을 휘둘러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팽팽하다. 메르스로 인해 경기 논쟁이 재점화되는 양상이다.귀농귀촌 박람회장도 ‘썰렁’
7일 서울 강남구 서울무역전시장에서 열린 ‘2015 귀농귀촌·농식품일자리박람회’가 메르스 확산 영향으로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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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메르스 요인을 제외하더라도 (올해 3%대 성장이 불투명한 만큼) 추경 편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통화정책(금리 인하)도 병행해야 정책 효과가 커질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반면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메르스 사태가 빨리 해결되고 불안 심리가 해소되면 사람들이 미뤘던 소비를 한꺼번에 하면서 경기가 회복될 수도 있다”면서 “우선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고 추경 카드는 경기 상황을 봐 가면서 추후 꺼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선(先) 금리 인하를 주문한다.
하지만 가계부채 급증으로 소비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차기 금융학회장에 내정된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가계부채가 정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추가 금리 인하가 원화 약세를 유도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고 최근 미약하게나마 내수 회복세가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금리 인하에 나설 필요는 없다”고 제안했다. 경제 전반에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금리보다는 관광, 소매, 숙박업 등 메르스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업종에 정부 지원을 집중하는 부분 처방이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도 “주요 공단에 메르스가 퍼져 생산 라인이 중단되는 등 제조업에 문제가 생기는 단계는 아직 아니다”라면서 “금리 인하는 메르스 사태로 피해를 입은 기업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피해를 본 업계에 제한적으로 재정 정책을 사용하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지난해 8월 이후 세 차례 기준금리 인하에도 소비, 투자 개선 효과가 미미하다”면서 “금리보다는 정부 재정 지원을 늘리는 게 경기 부양에 직접적인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정부 지출이 100원 늘면 국민소득이 49.8원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2015-06-08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