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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로 변해가는 이정현 블랙코미디 공식 뒤집기

지난 6일 시상식을 마친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최대 화제작은 안국진 감독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였다. 출품된 200편의 상영작 중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전회 매진을 기록했다. 이정현 주연의 블랙코미디로 엉뚱하면서도 억척인 여성 수남(이정현 분)의 눈으로 바라본 삶의 역설, 세상의 모순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맹한 듯하면서도 성실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수남은 식물인간인 남편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요행을 바라지도 않고 그저 소박한 행복만을 바랄 따름이다. 하지만 아무리 일을 해도 병원비는 불어나기만 한다. 영화는 갖은 굴욕적인 상황을 겪던 수남이 작은 행복만을 좇으며 결국 세상을 향해 괴물로 변해가는 과정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아니나다를까.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한국경쟁부문 대상을 받았다. 4년 전 이 영화제 단편경쟁부문에서 ‘더블 클러치’로 수상한 전력이 있는 안 감독은 첫 장편영화를 내놓자마자 충무로의 ‘무서운 신예 감독’ 대열에 본격적으로 합류하게 됐다. 여리고 애처롭다가 세상에 대한 광기와 분노를 터뜨리는 캐릭터가 이정현과 똑 맞아떨어진다는 네티즌들의 반응과 함께 시네필들로부터 ‘한국의 쿠엔틴 타란티노’, ‘리틀 박찬욱’ 등의 호칭을 얻었던 안 감독에 대한 호평들이 영화제 상영을 전후해 쏟아졌다.

한국경쟁부문 심사위원인 동아시아 영화 전문 비평가 토니 레인즈는 “멜로드라마의 최루성과 정치풍자의 결합을 통해 블랙코미디의 공식을 전복시킨 작품”이라면서 “웃기지만 충격적이고 때론 잔인한 이 작품은 관객들을 사로잡을 힘으로 충만하다”고 상찬했다.

이와 함께 국제경쟁부문에선 쥐안치 감독의 다큐멘터리 ‘변방의 시인’이, 단편경쟁부문에선 ‘토끼의 뿔’(감독 한인미)이 대상을 차지했다. 비경쟁부문인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상영작 중 아시아영화진흥기구에서 시상하는 ‘넷팩상’에는 안슬기 감독의 ‘해에게서 소년에게’가 선정됐다. 전주국제영화제는 9일 폐막식까지 수상작을 중심으로 상영회를 계속 진행한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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