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단성사로 본 108년 극장史

사라진 단성사로 본 108년 극장史

이은주 기자
이은주 기자
입력 2015-05-01 23:34
수정 2015-05-02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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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성사-1919년 최초의 한국 영화 상영 대한극장-70㎜ 영사기 도입… 年 최다 146만명 관객 동원 명보극장 -‘빠삐용’ 등 인기 외화 국내 소개

근·현대 영화사에서 극장은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곳을 넘어 영화 문화의 상징적인 장소였다. 특히 1970~80년대 서울 종로 3가 주변의 단성사, 피카디리, 서울극장은 영화의 메카로 통했다. 화제작이 상영되는 날이면 영화관마다 티켓 창구에는 관객들이 길게 줄을 서고 암표상들이 등장하는 풍경이 심심찮게 벌어졌다.

1907년 서울 종로에 문을 연 국내 최초의 영화관 단성사는 한국 영화사에서 기념비적인 장소다. 1919년 한국 최초의 영화 ‘의리적 구토’가 상영됐으며, 1926년에는 국내 최초의 극 영화인 나운규의 ‘아리랑’이 이곳에서 관객들과 만났다. 영화뿐만 아니라 연극, 음악, 무용 발표회가 열리기도 했다.

1977년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장미희, 신성일 주연의 ‘겨울여자’를 상영했고 한국 영화로는 처음 100만 관객 시대를 연 ‘서편제’를 상영해 한국영화 부흥의 중심지가 됐다. 단성사는 건너편에 마주한 피카디리 극장과 퇴계로에 자리한 대한극장과 함께 대형 개봉관의 전통을 이어 갔다.

1960년 단성사 맞은편에 문을 연 반도극장은 1962년 피카디리 극장으로 이름을 바꾼 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세련되고 트렌디한 극장으로 인기를 끌었다. 1978년 합동영화사가 세기극장을 인수해 이듬해 서울극장으로 상호를 바꿔 개관한 서울극장은 1980년대 한국 영화의 전성기와 궤를 같이했다. 다양한 상업영화와 만화영화가 이곳에서 관객들과 만났다.

1956년 충무로에 개관한 대한극장은 당시 국내 최초로 70mm 영사기를 도입해 ‘벤허’, ‘사운드 오브 뮤직’, ‘마지막 황제’ 등 대작 위주의 작품을 상영했으며, 146만명의 연 최다 관객 동원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1957년 문을 연 명보극장은 ‘미워도 다시 한번 80’ 등으로 3년 연속 한국 영화 최다 관객동원을 기록했다. ‘지옥의 묵시록’, ‘빠삐용’ 등 인기 외화를 국내에 소개한 곳도 명보극장이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극장들도 있다. 1913년 서울 을지로에 세워진 국도극장은 일제 강점기 일본인이 황금연예관이란 이름으로 세운 영화관인데 1999년 호텔로 재건축되면서 폐관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 스카라극장(옛 수도극장·1935년)은 등록문화재 지정을 앞두고 철거가 감행돼 사라지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2015-05-0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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