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게임 방식 훈련 선진화 본격 도입
서바이벌 훈련에 참가한 예비군들이 멋진 사격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간지 좔좔’이랄까요. ⓒ국방부 블로그 동고동락(mnd9090.tistory.com)
흔히 예비군 훈련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시간 때우기’입니다. 하품을 하며 어슬렁 어슬렁 부대 안을 맴도는 예비군들의 모습은 그런 생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인데요. 심지어 우리 주변에는 “훈련이 너무 지겨워 오히려 일하는 게 낫다”고 자조하는 회사원도 적지 않습니다. 대학생들도 마찬가지이구요. 이제 민방위 훈련도 마무리하는 시점인 기자도 과거 종종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랜만에 총이나 한번 제대로 쏴볼까”라는 생각으로 부대 안을 들어가지만 역시 강의 위주의 교육은 졸음을 불러올 뿐이었죠. 그런데 올해 그런 예비군 훈련이 확 바뀌었다고 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바뀌었을까. 한번 보시죠.
과거 예비군 훈련은 우선 총기를 지급받고 부대 안 교육 훈련장을 순회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멀리서 총소리가 ‘탕탕!’ 나면 “내가 예비군 훈련장에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지만 실제로 긴장하는 예비군 병사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서로 반갑게 인사하고 나면 곧 “어떻게 하면 오늘을 보내지”라는 상념에 빠지기 마련입니다. 스마트폰을 뺏기지 않으려는 실랑이도 종종 일어나는데요.
그런데 바뀐 예비군 훈련장, 뭔가 다릅니다. 부대에 들어가자마자 사물함을 배정하는데요. 훈련용 개인 장구를 받으면 곧바로 영상을 보러 이동합니다. 뭐 하품 날 만한 안보 교육이라고 생각하면 착각. 예비군들의 눈빛이 의외로 초롱초롱합니다. 과거 ‘교관’이 위주가 되는 수동형 훈련을 ‘병사’가 중심이 되는 성과주의 훈련으로 바뀌었다는 내용을 강의합니다. 올해부터 예비군들은 분대(조)를 편성해 자율적으로 훈련합니다. 모든 과제에 합격한 분대는 일찍 퇴소할 수 있지요. 역시 예비군들은 ‘조기 퇴소’의 막강한 힘을 실감하게 됩니다.
훈련받기 전 예비군들의 모습입니다. 고개 숙인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여드리지 못해 아쉽네요. ⓒ국방부 블로그 동고동락(mnd9090.tistory.com)
군은 내년까지 남아있는 M1 카빈 소총을 전량 M16 소총으로 교체할 계획입니다. ⓒ국방부 블로그 동고동락(mnd9090.tistory.com)
군은 내년까지 모든 예비군에게 M16 소총을 지급할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일부 부대에서는 무겁기만 하고 “과연 내 총에서 총알이 제대로 발사될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하는 ‘M1 카빈 소총’을 사용해왔습니다. M1 카빈 소총은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2차 세계대전에서 처음 등장했다가 6.25전쟁 당시 미 해병대가 주력으로 사용하던 소총입니다. 미국이 노후 소총을 우방국에 제공할 때 100만정 이상 들여와 우리나라가 세계 최대 보유국으로 알려져 있지요. 군에서 K2 소총을 주로 다뤘던 예비군들이 보기엔 황당하기 그지 없는 일인데요. 화력이 지금의 돌격 소총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지만 이제서야 군에서 명예로운 퇴역을 하게 됐습니다.
장비를 완벽하게 착용하고 과녁을 조준하는 예비군들. 늠름합니다. ⓒ국방부 블로그 동고동락(mnd9090.tistory.com)
전술 회의를 진행하는 예비군들. 무슨 얘기를 하고 있을까요. 가슴이 두근두근. ⓒ국방부 블로그 동고동락(mnd9090.tistory.com)
적진을 노려보는 예비군들. 눈빛이 초롱초롱합니다. 적과 조우하기 전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국방부 블로그 동고동락(mnd9090.tistory.com)
드디어 돌격 앞으로! 전투가 벌어지면 쉴새없이 피하고 쏘고 달려야 합니다. 고된 훈련에 참가하는 예비군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국방부 블로그 동고동락(mnd9090.tistory.com)
드디어 공격. 비록 페인트탄이지만 엄폐물 뒤에서 사격하는 자세가 현역병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연막탄이 터지고 여기저기서 페이트탄을 쏘며 돌격하는 예비군이 등장합니다. 승리하면 단순히 기분만 좋은 것이 아니라 조기퇴소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합니다.
쉬어가는 시간으로 통하던 대인지뢰 ‘크레모어’ 교육장, 포획·포박 훈련장도 열기가 굉장합니다. 드디어 나온 훈련 성과표. 모든 분야에서 합격을 받은 분대부터 퇴소하기 때문에 발표 때 두근두근하겠죠. 예를 들어 하루 훈련 기준으로 오전 9시에 입소해 오후 5시까지 8시간 교육을 받는다면 누군가는 오후 3시에 조기 퇴소할 수 있는 기회를 얻습니다.
전우를 챙기는 모습. 현역병만 전우애가 있나요. 예비군 훈련장도 이런 따뜻한 모습이 많답니다. ⓒ국방부 블로그 동고동락(mnd9090.tistory.com)
물론 이런 변화가 모든 예비군에게 반가울리는 없습니다. 단조로운 과거 훈련이 좋았다고 평가하는 예비군도 많을 것이고 “왜 내가 사서 고생을 해야 하나”라고 불만을 터트릴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예비군이 “좀 재밌게 만든 훈련에 전부 죽기살기로 나서는 바람에 너무 힘들었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교육은 빨리 끝났는데 빠져나가는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고생만 했다. 큰 차이를 못 느끼겠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하지만 예비군 훈련도 유사시 상황을 대비한 엄연한 훈련입니다. 여성분들도 남자친구나 남편이 “내가 혼자 10명을 상대했다”는 예비군 훈련 무용담을 전해들을 날이 머지 않았습니다.
예비군 훈련 강도가 높아진 만큼 훈련비를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식사비 6000원과 교통비 5000원은 생업을 미뤄두고 훈련에 참가한 예비군들의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4배로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이니 오죽하겠습니까. 예산이 부족하겠지만 올해 획기적으로 훈련 방식이 바뀐 만큼 정부와 국회에서 예비군들의 복지와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더 고민해야 하겠습니다.
승리해 환호하는 예비군들. 훈련 방식이 바뀐 만큼 정부와 국회에서도 앞으로 예비군들의 복지와 사기 증진을 위해 좀 더 힘써주시겠죠? 저도 간절하게 부탁드립니다. ⓒ국방부 블로그 동고동락(mnd9090.tistory.com)
방독면을 쓰고 사격 자세를 취하고 있네요. 누군가의 형제, 아들, 남자친구, 남편일 우리 예비군들의 노고를 외면해서는 안되겠습니다. ⓒ국방부 블로그 동고동락(mnd9090.tistory.com)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참조 : 국방부 블로그 동고동락(mnd9090.tistory.com/3403)
(1)“힘들어 죽겠다”는 예비군 훈련장…무슨 일이? (2)군통령들의 꿈의 무대 ‘걸그룹 대첩’ (3)대한민국 육·해·공군 무기의 세계 (4)‘로보캅2’에 등장한 국산총 아시나요 (5)한국 vs 일본 군사력 우위 논쟁…진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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