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의 반란 ‘불붙은 부탄’

꼴찌의 반란 ‘불붙은 부탄’

임병선 기자
입력 2015-03-19 00:18
수정 2015-03-19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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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랭킹 209위… 월드컵 ‘2차 예선’ 첫 진출

히말라야산맥 동쪽에 웅크린 인구 70만명의 작은 왕국 부탄이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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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산맥 동쪽 자락의 부탄 대표팀이 지난 17일 스리랑카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1차 예선을 2-1로 이기며 2차 예선에 합류해 아시아 축구판을 놀라게 했다. 사진은 지난 12일 콜롬보에서의 원정 1차전을 1-0 승리로 장식한 뒤 뛸 듯이 기뻐하는 부탄 선수들. 콜롬보 AP 연합뉴스
히말라야산맥 동쪽 자락의 부탄 대표팀이 지난 17일 스리랑카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1차 예선을 2-1로 이기며 2차 예선에 합류해 아시아 축구판을 놀라게 했다. 사진은 지난 12일 콜롬보에서의 원정 1차전을 1-0 승리로 장식한 뒤 뛸 듯이 기뻐하는 부탄 선수들.
콜롬보 AP 연합뉴스
국제축구연맹(FIFA) 회원국 중 가장 낮은 209위의 부탄 대표팀은 지난 17일 수도 팀푸에서 열린 대회 1차 예선 홈 2차전에서 FIFA 랭킹 174위의 스리랑카를 2-1로 눌러 1, 2차전 합계 3-1로 2차 예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부탄의 호날두’로 통하는 첸초 겔첸(19)이 전반 5분과 후반 45분 두 골을 넣어 국가 출범 이후 공식 다섯 경기 연속 승리를 이끌었다. 부탄은 스리랑카와의 2013 남아시아축구연맹(SAFF) 선수권에서 2-5로 무릎 꿇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설욕했다.

겔첸은 학생이거나 한 달 일해야 고작 100파운드(약 16만 6000원)를 벌어들이는 시간제 근로자가 다수인 대표팀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태국 프로축구 부리람에 몸담고 있다.

부탄 대표팀도 동티모르와 마찬가지로 한국인의 손길을 거쳤다. 2007년부터 2년 동안 부탄 성인대표팀과 청소년대표팀을 지도했던 유기흥(68)씨는 1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때 가르쳤던 제자들이 모두 성장했고 당시 코치였던 초키 니마가 지금은 감독이 됐다”며 새삼스러운 감격을 전했다.

1994년 미국월드컵 축구 예선에서 한국 대표팀 코치를 지낸 유 전 감독은 부탄 대표팀을 지휘하던 후배 강병찬 감독이 암으로 세상을 뜨자 그의 임기를 채우려 2006년 석 달 남짓 부탄 대표팀을 맡은 인연으로 이듬해 정식 사령탑에 올랐다. 사실 부탄은 100명 중 97명의 국민이 행복하다고 답하는,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 가운데 하나다. 국가가 의료와 교육, 공공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이 나라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임금만 따져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지 모른다.

마침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인천아시안게임 선수촌장으로 일할 때 약속했던 4700만원어치의 스포츠 용품을 부탄올림픽위원회(BOC)에 전달한 뒤 경기장을 찾아 건국 이래 최대의 스포츠 경사를 지켜봤다. 이 의원은 “스포츠로 온 국민이 하나 되는 보기 드문 현장을 지켜봤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1차 예선 결과 부탄 외에 동티모르, 인도, 캄보디아, 대만, 예멘-파키스탄(테러 탓에 2차전을 중립지역에서 치르기로) 승자 등 6개국이 한국을 비롯한 34개국과 여덟 조로 나뉘어 2차 예선을 치른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2015-03-1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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