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홍준표 무상급식 설전 신경전 끝에 입장차만 재확인
“소득이 (없다). 벽에다 대고 얘기하는 줄 알았다.”(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마찬가지다. 대안을 갖고 오셔야죠.”(홍준표 경남도지사)
![무상급식 회동 끝 ‘어색한 미소’](https://img.seoul.co.kr/img/upload/2015/03/18/SSI_20150318173617_O2.jpg)
연합뉴스
![무상급식 회동 끝 ‘어색한 미소’](https://img.seoul.co.kr//img/upload/2015/03/18/SSI_20150318173617.jpg)
무상급식 회동 끝 ‘어색한 미소’
문재인(오른쪽)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홍준표 경상남도 도지사가 18일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에서 초등학교 무상급식과 관련해 ‘격론’을 벌인 뒤 헤어지고 있다. 이날 문 대표는 면담 도중에 홍 지사를 향해 “도의회 뒤에 숨지말라. 해법이 없다면 저는 일어서서 가겠다”고 말했고 홍 지사는 “여기 오실 거면 대안을 갖고 왔어야 했다”고 맞받아쳤다. 두 사람은 헤어지면서 문 대표가 “벽에다 대고 얘기하는 줄 알았다”고 하자 홍 지사도 “저도 마찬가지”라고 받아치는 등 시종일관 신경전을 이어 갔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문 대표:“왜 경상남도 아이들만 (무상급식에서) 제외돼야 합니까. 다른 지역은 다 포함되는데. 정치를 하시더라도 아이들 밥은 좀 먹게 해주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홍 지사:“밥보다도 공부가 우선 아닙니까? 대한민국이 이만큼 성장한 것은 공부 덕 입니다. 무상급식을 선별적 무상급식으로 전환했다고 이해해주면 좋겠습니다. 저소득층에 대한 급식은 국가 예산으로 지원되고 있습니다.”
문 대표:“일부에서는 급식을 의무교육으로 보기도 합니다.”
홍 지사:“무상급식을 제가 중단시킨 것이 아니고, 지난해 12월 도의회에서 결정한 예산안에 따른 겁니다.”
문 대표:“천하의 홍 지사가 의회 뒤에 숨으십니까. 홍 지사가 드라이브를 걸어서 (도의회를) 움직인 과정을 다 알고 있는데….”
홍 지사:“여기 오시려면 대안을 갖고 오셔야죠. 저도 재정이 허락한다면 42만 학생들뿐 아니라, 340만 경남도민, 아니 5000만 국민에게 다 무상급식해주고 싶습니다.”
문 대표:“북유럽에서 무상급식을 시작한 게 1930~1940년대입니다. 우리 재정이 아이들 밥 못 먹일 정도는 아니고 예산의 우선 순위를 어디다 두는가가 문제 아닙니까.”
홍 지사:“북유럽은 국민들이 번 소득의 절반을 국가에 내면 국가가 살림을 대신 살아줍니다. 북유럽 식은 맞지 않습니다. 무상교육을 의무교육으로 선동하는 것은 헌법재판소 판례에 어긋납니다.”
두 사람은 일어선 상태에서도 한동안 설전을 펼쳤다. 문 대표가 도청을 떠나면서 “잘못된 길을 가신다”고 하자, 홍 지사가 “나중에 판단할 일”이라고 응수했다. 홍 지사와 문 대표는 ‘배웅’하는 자리에서도 낯을 붉혔다.
문 대표는 앞서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후 만난 권양숙 여사에게 “도지사 한 사람의 생각 때문에 급식 문제가 좌지우지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홍 지사도 어릴 때 수돗물로 배를 채울 정도로 어렵게 살아 누구보다 배고픈 서러움을 잘 알텐데….”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창원·김해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2015-03-19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