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인재 확보·노동력 발굴 쉬워… 단시간 노동자 비율 첫 30%대 넘어
# 1 일본의 의류업체 ‘유니클로’에서 일하는 A씨는 1주일에 5일, 하루에 4시간씩 근무한다. 언뜻 보면 파트타임 같지만 A씨는 정직원이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 리테일링’이 지난해 6월부터 일부 지역에 도입한 주 20시간 단기간 근무제에 따라 어엿한 정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2 일본의 대형 유통업체 이온의 자회사 이온 리테일은 기존 4시간 이상이던 파트타임의 일일 근무 시간을 바꿔 2~4시간의 ‘초단기 근무’를 인정하는 제도를 최근 도입했다. 육아 등으로 인해 장시간 근무가 어려운 주부를 대상으로 한다. 저녁 시간의 계산대나 오전의 상품 진열 등 바쁜 시간대에 추가 인력으로 사용하고 있다. 현재 1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에서 초단기 근무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직원의 사정에 따라 근무 시간을 선택하게 함으로써 다양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특히 소매업, 운송업 등 고질적으로 일손이 부족한 업계에서 전업 주부 등 잠재 노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재빠르게 나서고 있다.
결혼과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됐지만 일하고 싶어 하는 여성들의 욕구를 가장 빨리 파악한 것은 일본의 운송업계다. 택배업체인 사가와는 지난해 봄부터 주부들을 배달 직원으로 쓰고 있다. 약 3000명이 자신이 일할 수 있는 시간에 자전거나 짐수레를 이용해 배달을 한다. 다른 택배업체인 야마토운수 역시 여성 직원 1만 2000명 중 약 9000명이 파트타임으로 배달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총무성의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주 34시간 이하의 단시간 노동자는 1669만명으로, 전년보다 84만명 늘었다. 전체 노동자 중에서 단시간 노동자의 비율도 전년보다 1.4% 포인트 늘어난 30.6%로, 처음으로 30%대를 넘었다. 증가한 84만명 중 절반이 넘는 50만명이 여성이다. 주로 의료·요양 부문(14만명)이나 소매업(7만명), 운송업(4만명) 등 일손이 부족한 업종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여성들이 단기간 근무를 적극적으로 희망하면서 일본에서 전업주부는 점차 줄고 있는 추세다. 후생노동성과 총무성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업주부 가구는 730만 가구인 데 비해, 맞벌이 가구는 전년보다 26만 가구 늘어난 1090만 가구로 전체의 37%를 차지했다.
문제는 노동시간이 주 30시간에 못 미치는 ‘초단기 근무’의 경우 후생연금이나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16년 10월부터 직원 500명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주 20시간 근무에 연봉이 106만엔(약 980만원) 이상인 노동자에게도 연금과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2015-03-1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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