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테러 희생 진천 중앙교회 김홍열씨 자녀 이집트 아동 후원
“돈을 모아 배우지 못한 학생들을 돕는 것이 엄마의 꿈이었어요. 엄마를 잃은 땅이지만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테러 현장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아이들을 돕는 것도 엄마의 유지(遺志)를 받드는 거죠”1년 전 이집트에서 폭탄 테러로 숨진 김홍열(당시 64·여)씨의 자녀들이 원망 대신 구원을 택했다.
어머니를 잃은 아픔을 달래며 테러 현장인 이집트의 어린이 돕기에 나선 것이다.
김씨는 지난해 2월 16일 충북 진천 중앙 장로교회 교인 30명과 함께 성지순례에 나섰다가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서 폭탄테러를 당했다. 이 테러로 김씨를 비롯해 4명이 숨지고 30명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비보(悲報)를 접한 자식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에 빠졌지만, 어머니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이집트를 방문해 또 다른 충격을 받았다.
테러 현장에서 쓰레기를 주우며 생활하는 어린이들의 참혹한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자녀들은 장례를 치른뒤 어려운 이웃을 돌보고자 했던 생전 어머니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이집트 어린이를 돕기로 뜻을 모았다.
여행자 보험에서 나온 사망 보상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정기예금으로 맡겼다.이 돈은 모두 이집트 어린이들을 돕는데 쓰기로 했다.
큰딸 윤모(38)씨는 “이집트를 방문했을 때 아이들이 제대로 학교에 가지 못할 뿐 아니라 폭탄 테러를 위해 키워지는 경우도 있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제대로 교육받아 성장하면 테러가 조금이라도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해 후원에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씨의 자녀들은 이집트 방문 당시 안내를 맡았던 한국인 선교사로부터 형편이 어려운 현지 초등학생 2명을 소개받아 매월 생활비를 전달하고 있다.
이들이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학비를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크리스마스, 어린이날, 아이들의 생일 등 특별한 날에는 가방, 신발 등 학용품과 생활용품을 정성껏 준비해 선물하고 있다.
후원할 어린이들을 더 추천받아 지원 규모를 늘려가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한국인 선교사가 있는 현지 교회에는 에어컨을 설치해 주고 매달 성금을 전달해 아이들에게 간식과 학용품이 나눠지도록 하고 있다.
이 교회는 김씨 얼굴이 새겨진 동판을 만들어 벽에 걸어 놓고 유족에게 감사의 뜻을 전해왔다.
윤씨는 “어머니의 뜻을 기리기 위해 시작했지만, 이제 나눔의 기쁨을 알게 돼 우리의 자식이라는 심정으로 후원하고 있다”며 “더는 이 땅에서 끔찍한 테러가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기도하듯 두손을 모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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