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함께 창업하는 공간 함께 하지 않는 3가지

[커버스토리] 함께 창업하는 공간 함께 하지 않는 3가지

신융아 기자
신융아 기자
입력 2015-02-14 00:02
수정 2015-02-14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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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워킹 스페이스 ‘드림엔터’ 가보니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드림엔터’. 밤 12시가 훌쩍 넘었지만 사무실이 환하다. 지난달 법인 등록을 마친 사회적 기업 ‘리라이퍼’ 대표 옥유정(24·여)씨가 멘토 김철환(50)씨와 토론 중이다. 오후 5시 시작한 회의가 저녁식사도 건너뛴 채 7시간째다. 2013년 11월 노인용 콘텐츠 개발 사업을 시작한 옥씨는 지난해 드림엔터에서 김씨를 처음 만났다. 이후 매주 한 번씩 ‘지도’를 받는다. 김씨는 1999년 초고속 모뎀 업체 기가링크를 세운 벤처 1.5세대다. 미국에서 벤처기업연구소장을 지낸 그는 지금은 국내 벤처계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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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세종로 ‘드림엔터’에서 ‘지갑 걱정 없이’ 창업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있는 대학생들. 팩스와 커피도 공짜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서울 종로구 세종로 ‘드림엔터’에서 ‘지갑 걱정 없이’ 창업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있는 대학생들. 팩스와 커피도 공짜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옆 회의실은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김진수(46)씨가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가족과 ‘전세’를 냈다. 초등학생 아들 찬영(13)·준영(11)군과 함께다. 빵과 음료 등 밤새 먹을 ‘식량’과 간이침대까지 더해져 마치 ‘캠프장’ 같다. 김씨가 프로그래밍 작업을 하는 동안, 형제는 회의실 벽면 스크린에 아동용 개발 프로그램 ‘스크래치’를 띄워 놓고 게임을 만들었다. 이날 찬영군이 만든 것은 아동용 자동차 게임이었다.

13일 오후 다시 찾은 이곳에서 직장인이자 창업 준비생인 김씨를 맞닥뜨렸다. 매주 금요일마다 이곳으로 퇴근해 아이템 개발에 집중한다는 그는 “지난해 창업 지원 프로젝트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진 정리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입상했지만 젊은 친구들의 의견을 물어보니 아직 사업화하기엔 이른 것 같아 좀 더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가 뜨고 있다. 말 그대로 ‘협업 공간’이다. 사무실을 차리자니 임대료가 부담스럽고 카페에서 일하자니 눈치가 보여 창업 구상에 집중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장소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해고된 미국 직장인들이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카페로 향한 것이 시초다. 우리나라에도 드림엔터를 비롯해 서울에만 10여곳이 있다. 운영 방식은 저마다 다르지만 세 가지가 없는 것은 공통점이다. 3무(無)는 칸막이, 임대료, 눈치다.

드림엔터는 365일 24시간 무료 개방한다. 나이나 경력 제한도 없다. 다만, 2층의 지정공간을 쓰려면 사업계획서 제출 등 별도 승인을 얻어야 한다. 지난해 7월 투자 유치에 성공해 드림엔터 2층에 지정공간을 마련한 ‘레페리’(뷰티 포털 사이트) 대표 최인석(26)씨는 “협업 공간에는 창업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공간과 정보, 무엇보다 ‘네트워킹’이 있다”고 강조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2015-02-1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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