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서 노선 벗어나 수㎞ 운행… 인슐린 복용자 관련 규정 없어
당뇨병을 앓는 시내버스 운전사가 저혈당 쇼크에 빠지는 바람에 사고를 내 트럭 운전자를 숨지게 했다.2일 경남 창원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4시 44분쯤 창원시 성산구 신촌동 한국철강㈜ 앞 도로에서 정모(38)씨가 몰던 시내버스가 중앙선을 넘어 달리다 좌회전을 하려고 서 있던 1t 트럭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트럭 운전사 정모(61)씨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버스 운전사 정씨는 크게 다치지 않았다. 사고 뒤 의사는 그가 운전 당시 저혈당 쇼크 상태였던 것으로 진단했다.
당뇨병 환자가 식사를 거르거나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았을 때 저혈당 쇼크가 발생한다.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식은땀과 구토, 어지러움, 두통, 집중력 장애나 시력 변화 등의 가벼운 증상이 나타나지만 혈당이 더 떨어지면 의식 혼란이나 의식 장애가 일어나고 심하면 혼수상태에까지 이르고 사망할 수도 있다.
버스 운전사 정씨는 당뇨병 증세가 있어 인슐린 주사를 주기적으로 맞고 운전을 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쇼크 상태에서 운행 노선을 벗어나 수㎞를 운행했다. 정씨는 노선 이탈에 항의하는 승객 3명을 모두 내려준 뒤 혼자 운행하다 사고를 냈다. 경찰은 버스에 설치된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한 결과 검은색 선글라스를 쓴 정씨가 운전대 쪽으로 고꾸라지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운행 경로를 벗어나 운행을 한 이유와 중앙선 침범 등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는 마약 복용자나 강력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해서는 버스 운전을 못 하게 할 뿐 당뇨병 운전자에 대한 규정은 없는 실정이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2015-02-0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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