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 중간 수사결과] ‘미행설’ 경고성 발언이 와전… 박 경정 짜깁기 거쳐 ‘정설’ 둔갑

[정윤회 문건 중간 수사결과] ‘미행설’ 경고성 발언이 와전… 박 경정 짜깁기 거쳐 ‘정설’ 둔갑

입력 2015-01-06 00:36
수정 2015-01-06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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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주변의 ‘권력 암투설’을 촉발시킨 ‘정윤회씨의 박지만 EG 회장 미행설’은 박 회장의 먼 친척 입에서 나온 경고성 발언이 와전에 각색, 창작까지 보태져 ‘통설’ 내지 ‘정설’로 둔갑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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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검찰에 따르면 미행설 확대 재생산의 핵심 인물은 박관천(49) 경정이다. 박 회장은 2013년 말 먼 친척뻘인 김모씨에게서 미행설을 처음 들었다. 김씨는 박 회장의 외당숙인 고 송모씨의 처조카다. 송씨는 어린이회관 관장을 지냈다. 김씨는 ‘국정 개입 문건’에 대해 “정윤회씨를 잘 아는데 그를 만나려면 7억원 정도는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 인물로 등장한다.

박 회장은 측근인 전모씨를 통해 박 경정에게 미행설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고, 지난해 1월 박 경정은 “정윤회의 사주를 받은 경기 남양주 카페 주인과 그 아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박 회장을) 미행한다”고 ‘구두’ 보고했다. 당시 박 회장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사실인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미행설을 굳게 믿게 됐다. 시사저널 보도 직후 김 실장으로부터 “미행 관련 자료가 있으면 제출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박 회장은 측근 전씨를 통해 박 경정에게 자료를 달라고 요청했고, 당시 청와대 파견 해제로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근무하던 박 경정은 ‘회장님 미행 관련 건(件)’이라는 제목으로 A4용지 4쪽 분량의 문건을 만들어 지난해 3월 말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회장은 박 경정의 적극 만류로 이 문건을 김 실장에게 전달하지는 않았다. 박 경정의 ‘미행 문건’은 등장인물 조사 결과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 박 경정 또한 검찰 조사에서 “문건에는 확인되지 않거나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이 많다”며 자신이 작성한 ‘미행 문건’이 허위임을 인정했다.

문제는 박 경정이 왜 이런 일을 벌였느냐는 점이다. 청와대 시절 그의 직속상관이면서 청와대 문건을 박 회장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의 ‘동기’도 뚜렷하지 않다. 조 전 비서관은 문건 6건을 전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박 회장과 부인 서향희 변호사에 대한 관리 차원”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조 전 비서관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없어 정확한 범행 동기를 알 수 없지만 2013년 12월에서 지난해 1월 사이 집중적으로 정씨에 대한 비방 문건을 작성해 박 회장에게 전달한 점 등을 고려하면 박 회장을 이용해 자신들의 역할,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박 경정의 행각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쉽게 탄로 날 거짓말을 한 이유도 석연치 않다. 최모(사망) 경위가 세계일보 기자에게 문건을 건넨 과정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두 사람이 지난 1년간 550회 통화를 해 상당한 친분 관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민감한 보도 한 번에 좌천 등의 인사 조치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역시 동기가 불분명하다. 또 박 경정이 세계일보 기자에게 술값 70만원을 제공하면서 문건을 회수한 과정 등 추가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장 큰 의혹은 과연 비선 실세가 있는지, 그들에 의해 국정 농단이 벌어졌는지 등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지 않아 미궁으로 남았다는 점이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2015-01-0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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