껄끄러웠던 첫 만남 분위기
10일 오전 중·일 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의 한 접견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당국자, 통역 등 일행과 함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린 아베 총리는 시 주석을 만나자마자 악수를 하며 웃는 얼굴로 말을 건넸다. 그러나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던 시 주석은 아베 총리의 발언이 끝나기 무섭게 대답 없이 몸을 휙 돌렸다. 시 주석은 입을 일자로 다물고 시종일관 딱딱한 표정을 지었다. 아베 총리와는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차가운 태도를 인식한 탓인지 아베 총리의 표정도 굳기 시작했다. 일그러진 미소를 지으며 사진 촬영에 임했다. 촬영이 끝난 뒤 두 정상은 자리로 이동하며 잠시 엇갈렸지만 서로 어색하게 시선을 피했다.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할 때는 밝은 표정으로 악수하고, 팔을 내밀어 상대의 자리를 안내하는 등 친근하게 행동했던 시 주석이 아베 총리에게 이례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국으로서 ‘손님’의 요청에 따라 비록 정상회담을 하지만 일본에 대한 경계감을 늦추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 주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회담장에는 양국 국기도 테이블도 없이 중국을 방문한 대표단과 접견할 때 사용되는 소파가 놓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상회담 때 활용하는 동시통역 대신 순차통역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언론은 이와 함께 중국이 통상적인 정상 회담에서 배석자로 3~4명을 소개한 것과 달리 양제츠(楊潔?) 외교담당 국무위원 1인만 함께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양제츠 위원은 중국이 일본의 항복 문서로 인식하는 양국 관계 개선 4개 원칙을 작성한 인사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2014-11-1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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