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건보 이사장 블로그 글 화제
소득 없이 반지하 셋방에 살며 생활고를 겪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 송파구 세 모녀는 매달 건강보험료로 5만 140원을 냈다. 반면 수천만원의 연금 소득과 5억원이 넘는 재산을 가진 김종대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은 오는 14일 퇴직과 함께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더불어민주당 김종대 정책위원회 부의장. 서울신문포토라이브러리
퇴임을 앞둔 김 이사장은 6일 개인 블로그에 글을 올려 “월급 1241만원을 받았던 나도 퇴직 후 보험료가 0원이 된다”며 불합리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문제점을 짚었다. 고액소득자인 김 이사장이 피부양자가 될 수 있는 이유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에 명시된 ‘소득요건’과 ‘부양요건’을 모두 충족해서다.
우선 이자·배당소득 합산 총액이 4000만원 이하여야 하는데 김 이사장은 4000만원이 안 된다. 3년간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으로만 일했으니 신고된 사업소득도 없다. ‘연금소득의 50%가 2000만원 이하여야 한다’는 조건도 2015년까지는 충족한다. 올해까지는 연금소득의 절반인 2325만원만 받을 수 있어, 여기에 또 50%를 적용한다 해도 기준 이하인 1162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내년부터는 연간 4000만원이 넘는 연금 전액을 받게 되지만 피부양자 자격은 전년도 자료를 토대로 판단하기 때문에 2016년이 돼서야 피부양자에서 제외돼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경북 예천의 논과 대지, 강남구 신사동 소재의 아파트 값을 합산해도 9억원이 되지 않아 부양요건인 ‘재산세 과세표준액 합산 9억원 이하’에 들어간다. 갑자기 다른 소득이 생기거나 재산이 늘지 않는 이상 김 이사장은 1년간 보험료 납부 없이 말 그대로 ‘무상의료’를 누리게 되는 셈이다.
만약 김 이사장에게 직장가입자 가족이 없었다면 지역가입자가 돼 연금소득과 재산 등을 반영한 월 18만 9470원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은퇴 후 똑같이 소득이 없어도 자신을 부양할 가족이 없는 은퇴자가 오히려 보험료를 더 부담하는 구조다.
김 이사장은 “동일한 보험급여를 받는 전 국민에게 소득을 중심으로 동일한 보험료 부과기준을 적용하는 게 국제적 보편기준”이라며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의 조속한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초 보건복지부는 9월 초에 나온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의 보고서를 토대로 9월 말 정부안을 내놓을 계획이었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도 감감무소식이다. 지난해 7월 기획단을 꾸리고도 3차례나 개편안 발표를 미뤘다. 불충분한 소득 파악률과 재산 완전 제외 여부 등 논란의 요소가 있어 신중하고 점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게 복지부의 생각이다. 직장가입자의 반발도 고민거리다. 그러나 건보공단 관계자는 “복지부는 의지 자체가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4-11-0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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