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대통령, 통합 행보에 더 힘쓰길

[사설] 박대통령, 통합 행보에 더 힘쓰길

입력 2014-10-29 00:00
업데이트 2014-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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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청와대로 초청해 다과를 함께했다. 지난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35주기를 맞아 이 여사가 서울 국립현충원 박 전 대통령 묘역에 추모 화환을 보낸 게 계기가 됐다고 한다. 대한민국 산업화와 민주화를 각각 이끈 두 주역의 딸과 부인이 자리를 함께한 사실은 날로 갈라지고 쪼개져만 가는 사회 현실에 비춰 분명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돌이켜보면 박 전 대통령이나 김 전 대통령 모두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룩한 주인공들이면서도 지금의 지역갈등과 세력갈등을 낳은 뿌리와 같은 존재들인 것도 사실이다. 산업화-영남-보수-새누리당으로 묶이는 정치세력과 민주화-호남-진보-새정치민주연합으로 엮이는 정치세력이 5년 단위로 대한민국 최고 권력을 놓고 극한의 대결을 펼치는 구조가 대한민국 정치며, 의도와 관계없이 이런 대립의 틀이 만들어진 연원에 이들 전직 대통령들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역사적 공과를 함께 지닌 두 정적의 딸과 부인이 자리를 같이하고 손을 맞잡은 것은 임계점에 다다른 이 나라 정치 갈등을 줄이고 더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어제 회동이 그저 하나의 이벤트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적극적인 통합 행보가 요구된다. 지금 국회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개헌 주장도 따지고 보면 권력 독식에 따른 정치적 동맥경화 현상이 만들어낸 결과다. 지금처럼 권력을 잡은 쪽과 잃은 쪽이 차기 정권 5년을 겨냥해 죽기살기식으로 권력 투쟁을 벌일 바엔 아예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나눠갖는 식으로 통치구조를 바꿔 누이도 좋고 매부도 좋게 하자는 심리적 피로감이 개헌론의 기저에 깔려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권력 분점의 개헌이 정치 갈등 해소를 위한 유일하고 올바른 처방인지는 이론의 여지가 크다.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가 지닌 권력 나눠 먹기의 속성이 오히려 정치 과잉의 사회를 만들어 국민 개개인의 일상마저 정치로 끌어들여 권력과의 유착, 권력 줄 대기에 저마다 앞을 다투도록 만들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개헌을 논하기 전에 집권세력이 권력을 잡지 못한 반대진영의 심리적 결핍을 메우고 보듬는 자세를 보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박 대통령이 국민대통합위원회를 만들고, 김 전 대통령의 측근인 한광옥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지휘봉을 맡긴 취지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실천이 따르지 않는 다짐은 그 자체로 독이다. 지난 1년여 국민대통합위가 이런저런 활동을 벌이며 사회통합에 부심해 왔다지만 국민 체감도는 여전히 미흡하다. 이는 통합위의 역량 차원을 넘어 권력핵심의 의지가 현실로 투영되지 않은 까닭이다. 특정 지역이나 학맥을 중심으로 한 끼리끼리 인사부터가 통합을 저해하는 요소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낙하산을 접고 탕평인사를 펼칠 때라야 비로소 통합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할 것이다.

야권의 변화도 절실하다. 야당의원들이 우르르 현충원에 몰려가서는 김 전 대통령 묘역만 참배하고 돌아서는 옹색한 자세로는 통합은커녕 자신들의 정치지평조차 넓히지 못할 것이다. 정부를 견제하되 민생 차원에서 협력할 것은 팔을 걷어붙이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오늘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국회에서 회동한다. 난제가 많으나 국익만 바라본다면 현안 풀이가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2014-10-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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