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세월호 6개월 수사 마무리
사망자 294명과 실종자 10명이 발생한 세월호 사고는 승객 안전은 외면한 채 돈벌이에 급급했던 선사, 국민 구조보다 민간 구난업체 특혜부터 챙긴 해양경찰 등이 빚은 대참사였다. 해운업계 전반에 만연한 민관 유착과 국가 안전 시스템 부재도 가벼운 사고로 그칠 수 있었던 일을 국가적 참사로 키웠다.조은석 대검찰청 형사부장이 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의 총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고 발생 직후 광주·인천·부산지검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착수한 수사는 6일 구난업체 언딘과 유착해 각종 특혜를 제공한 최상환 차장 등 해경 간부 4명을 추가로 기소하는 선에서 사실상 마무리됐다. 하지만 참사 발생 174일을 맞은 유가족들은 여전히 특검 수사를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무리한 증축으로 좌우 균형이 깨진 세월호가 사고 당일 최대 화물 적재량(1077t)의 두 배에 달하는 과적(2142t) 상태에서 조타수의 운항 미숙으로 급격하게 방향을 틀다 왼쪽으로 기울어져 침몰했다고 분석했다. 검·경 수사본부 전문가 자문단의 의견과 서울대 선박해양성능고도화 연구사업단 등의 시뮬레이션 분석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침몰 직접 요인들은 유병언 전 회장 일가의 자금 착복과 전횡으로 청해진해운의 재무 구조가 매우 악화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박 구조를 무리하게 변경했고, 전반적인 안전관리가 부실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검찰은 유 전 회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지난 6월 전남 순천의 한 매실밭에서 반백골 상태로 발견된 시체가 유 전 회장으로 확인됨에 따라 허망하게 ‘공소권 없음’ 처리됐다. 대신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와 계열사 대표 등의 횡령·배임 혐의와 유 전 회장 일가 도피 조력 등의 혐의로 29명을 구속 기소하고 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해경의 최 차장은 친분이 두터운 언딘 대표의 부탁을 받고 안전검사를 받지 않아 출항이 금지된 상태였던 리베로호(1100t급)를 출항시켜 사고 현장에 동원하는 등 각종 특혜를 준 것으로 조사됐다. 리베로호보다 30시간 앞선 4월 17일 새벽 2시 바지선 현대 보령호(2200t급)가 현장에 도착했음에도 언딘에 구조 독점 권한을 주기 위해 수색 작업에 투입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도착했던 300t급 금호호만 활용되며 더 많은 인원을 구조 및 수색에 투입할 기회를 놓쳤다. 언딘은 21억원짜리 리베로호를 87일간 투입하고 무려 15억원을 사용료로 국가에 청구한 상태다. 2009년 해경 간부의 소개로 언딘 대표를 알게 된 최 차장은 2011년부터 매년 설과 추석에 울진 대게·홍게, 송이버섯 등의 선물을 챙기며 해상 사고 발생 시 언딘이 가장 먼저 견인할 수 있도록 사고 발생 정보를 빼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해경 고위 간부가 겨우 선물에 눈이 멀어 엄청난 특혜를 제공했다는 설명은 여전히 납득하기 어렵다.
소방관·해경 등 구조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으로는 사상 처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목포해경 123정 정장 김모(53) 경위는 감사원 감사와 검찰 조사를 앞두고는 승조원들과 대책 회의를 열어 허위 진술하도록 지시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 밖에 검찰은 해운업계 비리를 수사하다가 현직 재선 국회의원 구속기소라는 뜻밖의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박상은(65) 새누리당 의원은 선주협회 등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2014-10-0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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