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의 역습… 속타는 아베

엔저의 역습… 속타는 아베

입력 2014-10-03 00:00
수정 2014-10-03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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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웃고 내수 울어 日기업 양극화 극심… 환율 당분간 유지될 듯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극복할 마법으로 여겨졌던 엔저가 거꾸로 일본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최근 엔화 약세가 가팔라지면서 엔저의 혜택을 받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들의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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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이 지난 1일 발표한 9월 기업단기경제관측조사(단칸지수)에 따르면 엔저로 이득을 보는 대기업 제조업과 그렇지 않은 대기업 비제조업·중소기업과의 체감 경기에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단칸은 일본은행이 3개월마다 국내 기업 약 1만개를 대상으로 최근의 경기 상황을 묻는 조사로, 단칸의 지표인 업황판단지수(DI)는 경기가 좋다고 답한 기업에서 나쁘다고 답한 기업을 뺀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대기업 제조업의 DI는 전 분기 조사보다 1포인트 오른 13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동차는 7포인트나 상승했다. 일본내 신차 판매 대수는 3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지만 엔저로 인한 해외 판매 호조로 수익이 불어난 덕을 봤다. 산케이신문은 2일 “민간 금융사에서는 대기업 제조업 DI가 전회보다 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1포인트 올랐다”면서 “긍정적인 서프라이즈”라고 전했다.

반면 내수에 의존하는 경향이 큰 대기업 비제조업의 DI는 전 분기보다 6포인트나 하락한 13을 기록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2포인트 떨어진 0으로, 2분기 연속 악화됐다. 해외 매출 비중이 낮은 비제조업과 중소기업은 고물가와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오히려 지나친 엔저가 악재로 작용하는 탓이다. 일본의 대표적 재계 단체인 게이단렌의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회장이 “더 이상의 엔화 약세는 일본 전체에 마이너스 영향을 끼친다”면서 지나친 엔저를 경계하고 나선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그러나 일본 안팎에서는 엔저가 당분간 현재 수준에 정착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지난 8월 말부터 한 달 반 사이에 달러당 엔화 가치가 약 8엔 하락(환율상승)한 것은 양적 완화 종료를 앞둔 미국과 추가 완화까지 고려하는 일본의 금융정책 차이, 또 사상 최대 수준의 적자를 기록 중인 일본의 무역수지 등이 작용한 탓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여기에 지난달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도 환율을 둘러싼 논의가 별달리 이뤄지지 않은 점,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엔화 약세·달러 강세를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한 점 등 국제사회와 일본 당국의 반응도 엔저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2일 오후 3시 현재 엔·달러 환율은 108.76엔으로, 전날보다 1.08엔 떨어졌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2014-10-0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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