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대 작곡과 교수의 ‘音惡’

숙대 작곡과 교수의 ‘音惡’

입력 2014-09-17 00:00
수정 2014-09-17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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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은 농담… 교재 강매는 책 소중함 알라고”

학생들이 현직 교수들의 막말과 졸업작품집 강매, 부실 수업 의혹 등을 폭로하며 불거진 숙명여대 작곡과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제자들에게 퇴임 요구를 당한 교수 2명은 16일 “(제기된 의혹들은) 관례였거나 사실이 아니다”면서 자신들을 둘러싼 의혹의 배후에 학교가 있다고 주장했다.

윤영숙(49·여) 교수와 홍수연(57·여) 교수는 이날 숙명여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각종 의혹을 적극 해명했다. ‘너희는 살 가치가 없다. 건물에서 뛰어내려라’ ‘네가 밤에 곡을 못 쓰는 이유가 뭐냐, 혹시 밤일 나가느냐’ 등의 폭언을 들었다는 학생들 주장에 대해 홍 교수는 “1990년대에 작곡 공부를 어려워하며 자책하는 학생들에게 농담조로 얘기를 한 적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학교 지원을 받아 선배 졸업작품집을 무료로 얻어볼 수 있는 데도 강매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그냥 나눠주면 교재의 소중함을 몰라서 돈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윤 교수는 ‘일대일로 주당 50분씩 진행해야 하는 개인 지도를 단체로 10분을 채 안 했다’는 비판에 대해 “수업 효율성을 높이려고 (20~30분씩 쪼개어) 주당 2~3차례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지난 1일부터 전공 수업을 거부한 채 두 교수의 해임 촉구 시위를 하고 있다. 대학 측은 두 교수가 졸업작품집과 오선지를 강매한 정황을 확인했다. 학교 관계자는 “25일 이사회를 열어 징계위원회를 구성하고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교수에 대한 해임 요구에는 재학생은 물론, 2000년 이후 작곡과 학생들이 가세했다.

두 교수는 총장, 음대학장과의 감정싸움을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윤 교수는 “전체교수회의에서 총장이 평의원회 위원 2명을 규정에 어긋나게 연임시키려고 해 문제 제기했고 음대 학장이 음대 공통경비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캐물은 적이 있어서 사이가 틀어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예체능 학과에서 교수 전횡이 두드러진 것은 폐쇄적인 도제식 수업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황희란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특정 교수에게 사사하는 구조에서 밉보이면 성적을 제대로 받을 수 없고, 소문이 나면 졸업 이후에도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참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2014-09-1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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