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재산 분할 대상 변경…공무원·사학연금 등도 포함
부부가 이혼할 때 미래에 받게 될 퇴직금이나 퇴직연금도 배우자에게 나눠 줘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재산 분할 대상에 관한 판례가 19년 만에 바뀐 것이다.
연합뉴스

대법 ”미래의 퇴직금·퇴직연금도 이혼할 때 나눠야”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이혼 및 재산분할소송 관련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대법정에 앉아 있다. 대법원은 퇴직일과 수령할 퇴직금·연금 액수가 확정되지 않았으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할 수 없다고 결정했던 기존 판례를 깨고 미래에 받게 될 금액도 이혼할 때 나눠 가져야 한다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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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16일 교사 A(44)씨와 연구원 남편 B(44)씨 사이에 벌어진 이혼 및 재산 분할소송에서 퇴직금을 재산 분할 대상에서 제외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전원합의체(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또 50대 전업주부 C씨가 퇴직 경찰인 60대 남편 D씨를 상대로 낸 같은 소송에서 “D씨는 앞으로 매월 지급받게 될 공무원 퇴직연금 중 일부를 C씨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원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재산 분할 비율이 잘못 산정됐다”며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지금까지 대법원은 ‘퇴직일과 수령할 퇴직금·연금 액수가 확정되지 않았으면 재산 분할 대상에 포함할 수 없다’는 1995년의 판례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황혼 이혼이 늘어나면서 퇴직금과 연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사회상을 반영해 판례를 변경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이혼소송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배우자의 퇴직 시점까지 기다리지 않더라도 노후 보장에 필요한 퇴직금 등을 나눠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율의 김지영 변호사는 “지금까지는 혼인 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퇴직금을 나눠 가지기 위해 배우자의 퇴직까지 기다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젠 기다릴 이유가 사라졌다”며 “앞으로 퇴직금 외에 발생할 수 있는 장래의 재산에 대한 법원의 분할 대상 인정 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4-07-1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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