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In&Out] 왜 영남 고고학자들은 문화재 발굴사업에 반발했나

[문화 In&Out] 왜 영남 고고학자들은 문화재 발굴사업에 반발했나

입력 2014-07-08 00:00
수정 2014-07-08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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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우리 문화유적에 대한 보호를 경제논리로 매장시켰다.”

최근 영남 지역 고고학회가 정부에 매장문화재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정부의 문화유적 조사 제도가 지나치게 경제논리에 함몰됐다는 비판이다. 이면에선 그동안 문화재 발굴 조사 과정에서 당국에 쌓인 감정이 폭발했다.

이들은 문화재청이 유적의 조사를 맡은 전문 기관을 마구잡이로 허가해 경쟁논리가 지배하도록 했고 비전문가 등이 영리 목적으로 조사기관을 설립하도록 방조했다고 주장한다. 비전문 퇴직 관료가 조사기관을 설립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와 ‘관피아’ 논리를 점화시켰다. 그간 조사기관의 설립과 운영은 학계가 주도해 왔다. 조사기관은 고고학 교수들과 그 제자들의 중요한 일터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매장문화재 전문 발굴조사연구기관은 83곳에 이른다. 13곳의 국가유관기관을 제외하면 모두 민간이 운영한다. 시장 규모는 2000억원 안팎으로 2008~2009년의 최대 5000억원대 시장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하지만 조사연구기관의 숫자는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다.

발굴기관들은 전국의 개발 현장에서 개발업자들이 내놓는 사업비로 발굴을 진행한다. 한정된 예산에 시달리는 문화재청이 직접 발굴을 관리, 감독하기보다 위탁사업을 벌이는 셈이다. 부동산 시장의 경기 불황과 맞물려 전국의 개발 사업이 급감하다 보니 발굴기관들도 경영이 악화된 상태다.

저가 낙찰 경쟁은 물론이고 수익을 낼 수 없는 출혈 경쟁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이에 문화재청은 뒤늦게 올해 초 적격심사 기준을 공고하기까지 했다. 단순히 가격을 낮춘 기관이 발굴조사를 낙찰받는 식이 아니라 조사 능력이나 실적 등 여러 요인을 두루 점수화하도록 했다. 현재 업계에선 주로 3억~5억원대의 발굴조사 사업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수년간 학계가 주도하는 발굴과 문화재 당국의 감독은 긴장 관계를 이어 왔다. 발굴 현장의 주도권을 놓고서다. 문화재청은 2011년 발굴 현장에서 유적 보존 여부를 가리는 지도위원회를 폐지하고 정부가 이를 직접 관리하도록 하는 전문가 검토회의를 출범시켰다. 지도위원회 위원 임명을 발굴조사기관이 좌지우지한 탓이다.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안’을 마련해 발굴조사기관의 사업 범위도 줄였다.

발굴조사기관들도 마냥 당당할 수만은 없다. 2007년 경찰과 검찰이 고고학 현장에 대한 수사를 벌여 발굴비 횡령 등으로 발굴조사기관의 원장과 연구실장 등이 잇따라 검찰에 구속되거나 기소됐다. 문제는 ‘무풍지대’인 발굴 현장에 아직까지 실질적인 정부의 관리·감독권이 제대로 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예산과 인력 부족 탓에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다. 매장문화재 국가 귀속의 원칙이 현장에서 어느 정도 준수되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지난해 문화재청은 전국의 발굴 현장에 대해 30여건의 불시 점검을 시행했을 따름이다. 발굴조사연구기관의 보호 육성과 발굴 비용 현실화는 물론 매장문화재 조사의 부실과 폐쇄성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접근이 조심스럽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2014-07-0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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