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광팬’임을 자처한 미국드라마(미드) ‘하우스 오브 카드’는 중국에서도 인기가 높다. 미 정가의 권모술수를 다룬 이 드라마는 중국 내 미드 동영상 다운로드 1위는 물론 책으로까지 발간돼 베스트셀러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반부패 선봉장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왕치산(王岐山)이 이 드라마를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기율위는 왕 서기의 ‘구전 홍보’에서 한 발 나아가 이 드라마를 소재로 한 글까지 내놓을 정도로 ‘하우스 오브 카드’를 밀고 있다. 기율위가 지난 16일 홈페이지에 올린 ‘하우스 오브 카드 열풍으로 본 서방 선진국의 부패 현상’이란 제목의 글은 신화통신은 물론 중국 내 모든 포털 뉴스의 주요 기사로 소개될 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 글은 드라마를 인용해 미국 등 선진국의 부패를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사회 급변기 당시 심한 부정부패를 경험한 미국은 현재 권력 감독 시스템을 잘 구축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들의 부패는 정치헌금 등의 방식으로 교묘하게 진화돼 합법성마저 띠게 됐다”면서 뇌물수수 혐의로 처벌된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처럼 미국 뿐 아니라 다른 선진국에서도 부정부패는 광범위하게 존재한다고 소개한다.
특히 “서방 선진국들은 정치헌금 등과 같이 부패를 제도적 틀 속에 합법화했기 때문에 부패가 자동적으로 상당 부분 은폐되고 있고, 이에 따라 (중국과 같은) 후진국에서 부패가 더 많이 일어나는 것과 같은 착시 현상이 생긴다”며 사실은 중국보다 서방의 부패가 심하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중국 특색의 반부패를 견지하는 것만이 부패를 억제하는 최선의 길”이라며 체제 우월성까지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이 글을 두고 중국 공산당이 ‘하우스 오브 카드’를 미국을 비판하는 데 100%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당국이 이 드라마를 “우리는 덜 부패하다”는 자기 위안과 “미국이 더 부패하다”는 역선전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민주주의 가치 침투를 경계해 미드에 대한 검열을 시작했음에도 중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이 드라마가 통제되기는커녕 칼럼 주제로까지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란 분석이다.
사회과학원 출신의 역사학자 장리판(章立凡)은 “‘민주주의는 과대 포장됐다’는 드라마 주인공의 대사처럼 드라마는 중국 당국이 인민들에게 선전하고 싶은 미국의 문제점이 상당히 많이 들어 있다”면서 “그러나 남의 단점을 확대시킨다고 자신의 결점이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하우스 오브 카드
이 글은 드라마를 인용해 미국 등 선진국의 부패를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사회 급변기 당시 심한 부정부패를 경험한 미국은 현재 권력 감독 시스템을 잘 구축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들의 부패는 정치헌금 등의 방식으로 교묘하게 진화돼 합법성마저 띠게 됐다”면서 뇌물수수 혐의로 처벌된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처럼 미국 뿐 아니라 다른 선진국에서도 부정부패는 광범위하게 존재한다고 소개한다.
특히 “서방 선진국들은 정치헌금 등과 같이 부패를 제도적 틀 속에 합법화했기 때문에 부패가 자동적으로 상당 부분 은폐되고 있고, 이에 따라 (중국과 같은) 후진국에서 부패가 더 많이 일어나는 것과 같은 착시 현상이 생긴다”며 사실은 중국보다 서방의 부패가 심하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중국 특색의 반부패를 견지하는 것만이 부패를 억제하는 최선의 길”이라며 체제 우월성까지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이 글을 두고 중국 공산당이 ‘하우스 오브 카드’를 미국을 비판하는 데 100%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당국이 이 드라마를 “우리는 덜 부패하다”는 자기 위안과 “미국이 더 부패하다”는 역선전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민주주의 가치 침투를 경계해 미드에 대한 검열을 시작했음에도 중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이 드라마가 통제되기는커녕 칼럼 주제로까지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란 분석이다.
사회과학원 출신의 역사학자 장리판(章立凡)은 “‘민주주의는 과대 포장됐다’는 드라마 주인공의 대사처럼 드라마는 중국 당국이 인민들에게 선전하고 싶은 미국의 문제점이 상당히 많이 들어 있다”면서 “그러나 남의 단점을 확대시킨다고 자신의 결점이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2014-06-19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