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블로그] 검찰의 ‘적폐’는 누가 척결하나

[현장 블로그] 검찰의 ‘적폐’는 누가 척결하나

입력 2014-06-11 00:00
수정 2014-06-11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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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국 사회부 기자
박성국 사회부 기자
6·4 지방선거 다음 날인 지난 5일 오후 1시쯤 날아든 문자 한 통에 조용하던 서울 서초동 검찰청 기자실이 술렁였습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사건’과 ‘국가정보원 여직원 감금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두 사건 모두 지난 대선 기간을 관통하며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인데 검찰이 사전 예고도 없이 당일 오후에 기습적으로 수사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기자단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반발한 이유는 내용과 상관없이 여론의 주목도가 낮을 수밖에 없는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당시 모든 언론은 지방선거 결과 분석과 정국 전망 분석 기사를 쏟아내고 있었고 국민들은 6일(현충일), 7일(토요일), 8일(일요일)로 이어지는 황금연휴에 들떠 있었던 때였습니다. 검찰 입장에서는 국민의 관심을 피하고 싶은 이슈를 발표하기에는 최적기인 셈입니다. 결국 검찰은 수사결과 발표를 연휴가 끝난 9일로 미뤘습니다.

9일 발표된 수사 결과는 검찰이 연휴를 틈타 기습 발표하려던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국정원 여직원을 감금했다며 민주통합당(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을 벌금 200만~500만원에 약식 기소한 이른바 ‘감금 사건’도 논란이 많지만 ‘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사건’ 수사 결과는 ‘정치 검찰’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18대 대선을 앞둔 2012년 10월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내용을 거론하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NLL)을 사실상 포기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촉발됐습니다. 회의록에는 ‘포기’ 발언이 없었지만 정 의원은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정치공세를 폈습니다. 김무성 당시 중앙선거대책위 총괄선대본부장과 권영세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장도 회의록 내용을 인용해 선거 운동에 활용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정 의원만 벌금 500만원에 약식 기소하고 나머지는 모두 무혐의 처리했습니다.

현직 국회의원이 대선을 앞두고 비밀문서인 정상회담 회의록 내용을 불법적으로 누설하고 선거에 활용했지만 이를 최초 누설한 사람에게만 죄를 물었고 그 죗값도 고작 벌금 500만원에 불과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습니다. 기록학계에서는 “필요하면 비밀기록을 공표해도 된다는 광고와도 같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적폐’(오랫동안 쌓인 폐단) 척결을 강조합니다. 이에 전국 검찰청이 칼자루를 쥐고 뛰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초동에 만연한 ‘적폐’들은 누가 척결할 수 있을지 암담하기만 합니다.

박성국 사회부 기자 psk@seoul.co.kr
2014-06-1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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