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에 특효” 알고보니 필로폰

“다이어트에 특효” 알고보니 필로폰

입력 2014-06-09 00:00
수정 2014-06-09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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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어로 검색… 투약법까지 상담, 인터넷글로 일반인도 쉽게 구매

국제택배로 밀반입한 필로폰을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고 속여 인터넷으로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통관 과정에서의 단속에 대비해 필로폰을 우산 손잡이나 가방 손잡이 등에 숨겨 택배로 배송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8일 박모(44)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일당 정모(49)씨와 김모(37·여)씨 등 구매자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해 4~7월 중국에 있는 판매총책 B(42)씨로부터 필로폰 24.7g을 받아 이 가운데 15g(5500만원 상당)을 김씨 등 8명에게 택배로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자신의 계좌에 입금된 필로폰 판매 대금 일부인 800만원을 환전해 B씨에게 송금했다.

조사 결과 B씨가 인터넷 사이트에 “다이어트에 효능이 있는 OOO(필로폰을 뜻하는 은어) 판다”며 필로폰 판매 글을 올려 구매자와 이메일 등으로 가격 및 물량을 협상하면, 국내에 있는 박씨와 정씨가 각각 배송 및 판매대금 인출을 맡는 등 역할 분담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검거된 구매자 8명 가운데 5명이 마약 전과가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며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필로폰을 구매할 정도로 마약 노출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구매자 김씨는 평범한 회사원이었으며, 우연히 B씨의 광고 글을 보고 필로폰이 관절 통증 해소와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고 믿고 구매했다. 또 이메일로 B씨로부터 상세한 투약 방법까지 조언받기도 했다.

실제로 기자가 필로폰을 뜻하는 속어인 ‘OOO’ 등으로 검색한 결과 방문자 수가 많은 인터넷 주요 커뮤니티 등에서 필로폰 판매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글을 올린 이들은 ‘24시간 상담 가능하다’, ‘수도권 한 시간, 경기 두 시간, 지방 당일 배송’이라며 이메일과 카톡 아이디 등을 올려놓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아직 잡히지 않은 판매총책 B씨를 지명수배하고 마약 유통을 막기 위해 인터넷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4-06-0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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