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집단적 자위권 다시 보기/김민희 도쿄특파원

[특파원 칼럼] 집단적 자위권 다시 보기/김민희 도쿄특파원

입력 2014-05-24 00:00
수정 2014-05-24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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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도쿄 특파원
김민희 도쿄 특파원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NHK가 전국에 생중계한 30여분의 기자회견 내내 그는 이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지난 15일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 방침을 공식화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얘기다. 안보나 헌법 같은 어려운 말 대신 아베 총리는 단순한 논리로 대중에게 어필했다. 절묘한 선택이었다. 단순화는 힘이 있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 한국에서 널리 받아들여진 논리 역시 단순명쾌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우익이다.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고 싶어하기 때문에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는 정도로 정리된다. 유감스럽게도 이 논리는 한국에서 바라보고 싶은 측면만 받아들인 느낌이 있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동북아 전체의 판을 뒤흔드는 ‘게임 체인저’다. 단순히 한·일 간 과거사나 아베 총리의 성향과 연관지으면 큰 그림을 보기 어렵다.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아베 정권은 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추진할까. 물론 군사력 강화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렇다고 전쟁을 하고 싶어한다고 말하는 건 비약이다. 일본 내부에서는 동맹국의 전쟁에 휘말려 일본인의 피를 흘리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그보다는 ▲미·일동맹 강화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국제사회 공헌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에서 ‘보통국가’로 가는 초석을 쌓는다고 봐야 한다.

아베 총리와 자민당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을 서두르는 것은 연내 예정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 라인) 재개정에 이를 반영하기 위해서다. 목적은 중국 견제다. 미·일 가이드 라인은 1978년 첫 제정 땐 소련, 1997년 개정 때엔 북한을 위협 요소로 상정했는데 이번에는 대상이 중국으로 바뀌는 것이다. 미·일 가이드 라인 재개정과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을 통해 미국은 동북아 안보의 짐을 일본에 더 지우려 한다. 그동안 일본에서 PKO법(1992년), 주변사태법(1999년) 등이 만들어지면서 일본의 군사적 역할이 확대된 것도 미국의 필요에 의해 이뤄진 측면이 있다.

집단적 자위권과 함께 논의되는 집단안전보장을 통해 아베 정권은 유엔평화유지활동(PKO)에 참가하는 자위대의 역할 확대를 꾀하고 있다. 그동안 공적개발원조(ODA)처럼 한정적이었던 국제 공헌에 적극적으로 나섬으로써 ‘보통 국가’로 가는 데 다른 국가의 지지를 받으려는 복안이 깔려 있다. 이와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 일본의 ‘20년 숙원사업’인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시도다.

한국이 예의주시해야 하는 것은 이로 인해 요동칠 동북아 역학 구도다. 중국의 군사력 팽창에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으로 맞불을 놓게 되면 동북아 지역의 긴장은 더욱 고조될 태세다. 전문가들은 열전(熱戰)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한국의 입장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시작 단계인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논의가 어떻게 구체화하는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한국에 득이 되는 경우도, 실이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울러 미·일동맹 강화가 한·미동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검토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미사일방어(MD)체계 가입 등 현안과 맞물려 있어 중요성은 더욱 크다.

haru@seoul.co.kr
2014-05-24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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